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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Jul 04. 2018

인연의 시작을 열어준 스승님께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

몇 달 전 일요일 밤 10시. 아는 분께 연락해봐야겠다는 대화를 나누던 중 그분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늦은 밤인데 죄송합니다." 하며 밝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야기를 엿듣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의심 들 정도의 나이스 타이밍이다. 늦은 시간 미안하다는 양해를 구하며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해 연락했다는 말에 다음날 묻기로 했던 질문들을 쏟아낸다. 질문을 안고 잠들었으면 편안함 밤이 되지 못했을 텐데 어쩌면 마음을 딱 알아차리고 전화했을까? 늦은 시간이었지만 유쾌하게 통화를 마쳤다.  


두 달 후 어느 토요일.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며 카페에서 그분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대화 역시 며칠 내로 전화를 해봐야겠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몇 시간 후 전화가 왔다. 동공 지진! 놀란 마음을 진정하며 전화를 받는다. "주말인데 잘 지내십니까?" 여전히 밝은 목소리다. 오랜만의 통화라 금세 상황을 잊고 대화한다. 아는 분을 소개하며 도움이 될 듯 하니 만나보라고 한다. 오!


전화 준 분은 스승님이다. 많은 제자들 중 한 명일 뿐인 나를 신경 써주고 있다는 마음만으로도 든든했다. 누군가의 말처럼 가족만큼 가까운 사람이 아니어도 생각하고 걱정하면 마음이 전달되는 것처럼 말이다.


소개해 주신 분을 만나러 북촌에 다녀왔다. 다른 곳보다 북촌의 하늘은 더 맑아 보였다. 만남을 위해 흐릿하던 하늘이 맑아진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걷자니 한걸음 한걸음 소중히 내딛게 된다.

- 북촌의 하늘 -

귀한 만남을 가지고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돌아오는 길, 인연에 대해 생각한다. 애써 인연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예전과 달리 요즘의 인연은 물 흐르듯 자연스레 맺어진다. 좋은 분을 만나니 좋은 분을 알게 된다. 짧은 만남에 인연으로 남기고 싶은 사람이 많지 않았던 예전과 달리 요즘 만나는 분들은 인연으로 남기고 싶다. 목적을 위해 만났다 그것이 사라지는 사이가 되더라도 남겨두고 싶어 질 만큼 좋은 분들이 주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오래도록 곁에서 나를 보아 오다 발견당하길 기다렸다는 듯 자연스레 스며온다. 짧은 인연이지만 늦은 일요일 밤, 쉬고 있을 토요일 오후, 고민 많을 나에게 힘이 되어 준 스승님처럼 말이다.


좋은 기운을 주고받는 인연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상대를 할퀴며 자신이 돋보이기를 바라는 사람들, 상대의 성공을 질투하고 시기하며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 요즘 주변에서 그런 사람들이 사라지고 없다. 모두 변한 걸까? 투명하게 사라진 걸까?


맑은 북촌 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아름다운 인연들이 변하거나 투명해지지 않기를... 내 눈이 그들을 향해 눈 감지 않기를... 좋은 인연들과 좋은 만남을 가지며 맑은 북촌 하늘처럼 살아갈 수 있기를... 나 역시 그들에게 좋은 인연으로 남을 수 있기를... 다짐해 본다. 이 모든 인연의 시작을 열어준 스승님께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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