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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Jul 24. 2018

천천히, 천천히 불가능하지 않은 커다란 꿈을 향해.

다가가지 못하고 멈칫하는 것들이 있다. 개구리, 벌레, 지렁이, 바닥에 붙은 껌, 순댓국, 곱창.

그들 앞에 선 기분이다. 다리의 힘이 빠진 기분이랄까. 늘 마음이 행복하다가도 한 번씩 쿵, 내려앉는 날이 있다. 천천히 가기로 마음먹고, 천천히 가야 함을 알고 있고, 천천히 갈 수밖에 없는데 나는 왜 자꾸만 그곳을 향해 달리고 싶을까.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한 번씩 마음의 결핍을 느끼는 일인가.

쉴 곳을 찾아야겠다.


요가원.

정신이 혼란스러운 날에는 몸을 괴롭혀 머리를 쉬게 해야 한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필라테스 수업이다. 이런저런 생각의 꼬리를 잘라버릴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 아님에도 요가원만 가면 땀이 뚝뚝 떨어진다. 운동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운동이 끝나자 물먹은 종이가 되고 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육체가 정신을 눌러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서 집에 가서 씻어야겠다.


집.

남편을 만났다. 육체를 괴롭히며 잊고 있던 마음이 무너진다. 입구에 털썩 주저앉아 다가가지 못하고 멈칫하는 마음을 털어놓는다. 애써 참다 엄마를 만나면 눈물 나는 서러움처럼. 헤매는 마음을 이야기하며 앉아 있자니 땀 젖은 운동복이 찝찝하다. 씻어야겠다.


역시 운동 다녀오길 잘했다. 씻고 나니 졸리다. 마음이 무거운 날에는 잠을 잘 수 없는데, 땀 흘린 덕분에 침대에 눕자 바로 잠이 들었다. 내가 무슨 고민을 했고,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까마득히 멀어져 간다.


다시 리셋된 하루. 늘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새로운 24시간의 시작이다. 멈칫하던 마음이 사라졌다. 다시 그곳을 향해 걸어가 봐야겠다 다짐이 드는 아침이다. 어제의 결핍된 마음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자 다시 가볼까? 천천히, 천천히 불가능하지 않은 커다란 꿈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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