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덕분에
‘상사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친구가 있다. 직장동료였던 친구를 힘들다고 말한 상사에게 내가 소개했다. 왠지 ‘내 탓’으로 그렇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미안함이 들 때가 있다. 회사를 옮겨 연봉협상도 잘됐고 회사 분위기도 좋다며 ‘덕분에’ 고맙다고 인사하던 친구였다.
국립국어원에서 사전적 의미의 ‘때문’ ‘탓’ ‘덕분’이라는 단어를 찾아보았다.
‘때문’은 어떤 일의 원인이나 까닭을 의미하는 말로 부정, 긍정 의사 표현을 할 때 모두 사용한다. “너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 ”내가 즐거운 것은 월급이 들어오기 때문이야.”
‘탓’은 주로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난 까닭이나 원인으로 어떤 이유를 핑계로 삼아 원망하고 나무라는 말을 의미하므로 부정적인 의사 표현을 할 때 사용한다. “지각한 건 엄마 탓이야.” “그건 모두 내 탓이야.”
‘덕분’은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을 의미하는 말로 긍정적인 의사 표현을 할 때 사용한다. “선생님 덕분에 대학에 합격했어요!” “엄마 덕분에 오늘 점심 도시락 맛있게 먹었어요.”
‘덕분에’ 고맙다던 친구는 ‘때문에’ 힘들어서 ‘탓’으로 미안함을 느끼게 했다. 결국 엮인 세 사람 모두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는 기분이 들게 하는 말이다.
데보라 노빌(Norville,Deborah)의 『감사의 힘』에서 이렇게 말한다.
“감사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은 정신적 상처나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는다. 단지 심리학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사람들에 비해 강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같은 스트레스의 상황에서도 질병의 위험에서 벗어나 평균 10년 이상 장수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읽은 책에서 ‘덕분에’라는 말의 힘이 마음에 와 닿아 보내주었다. “나한테 딱 맞는 말이구나!”라며 고마워했다. 실천해 보겠다 했으니 잘하고 있으리라 굳게 믿는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어린 시절 이웃 간 품앗이를 보고 자랐다. 농사철이 시작되면 온 동네가 서로의 일을 돕고 해가 질 무렵 헤어지면서 “아이고~ 덕분에 잘 끝냈습니다.”라는 어른들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감사한 마음, 감사할 줄 아는 사회였다.
2013년 존 템플턴 제단(John Templeton Foundation)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감사의 표현이 가장 적은 곳이 회사라고 한다. 실력 위주로 평가되는 사회로 가다 보니 남보다는 ‘나를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지 않은 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감사하다는 표현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감사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을 회사에서 표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마음을 전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보여주는 결과다.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면 삶의 온도가 달라진다.
황정민이 2005년 청룡영화제에서 한 수상 소감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저는 주변에 그냥 배우 나부랭이라고 합니다. 60명 스태프들이 차려 놓은 밥상에서 저는 그저 숟가락 하나만 얻었을 뿐입니다.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하던 스태프들도 감사함을 표현함으로써 배우에 대한 끈끈한 우정과 따뜻한 온기를 느꼈을 것이다. 그의 진정성 있는 감사가 영화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크게 감동시켰다.
작은 것 이어도 좋다. 팀원의 작은 기여, 아이들의 장난감 정리, 남편의 이른 귀가, 부모님이 주신 반찬 하나에도 감사함을 표현해보자. 고마운 마음을 표현함으로써 친밀감이 생기며 서로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다. 그렇게 삶의 온도가 달라진다.
‘경영의 신’으로 불린 일본의 전설적인 기업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94살까지 살면서 수많은 성공 신화를 이룩한 사람이다. 기업경영을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하는 가치 있는 일로 여긴 경영철학으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인생 승리 비결을 한마디로 ‘덕분에’라고 말했다.
첫째, 집이 몹시 가난한 덕분에 어릴 적부터
구두닦이, 신문팔이 같은 고생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둘째, 태어났을 때부터 몸이 몹시 약했던 덕분에
항상 운동에 힘써 왔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셋째, 나는 초등학교도 못 다닌 덕분에
모든 사람을 다 나의 스승으로 여기고 누구에게나
물어가며 배우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았다.
누구 때문에 힘들다는 핑계를 대지 않고, 누구의 탓으로 비난하지 않고, ‘당신 덕분에’ 감사하다는 마음을 표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