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물건도 버릴 것부터 확인하기
드디어!!!
티셔츠를 하나 버리게 되었다. 친구와 쇼핑몰을 다녀왔는데 이쁜 난방을 하나 사지 못하고 돌아왔다. 1:1의 법칙을 지켜야 하는 나로서는 하나를 버리지 않고서는 구매할 수 없었다. 친구는 그런 내게 구매 후 버릴 것을 찾아보라 유혹했지만 넘어가지 않았다.
몇 주 전부터 예감했다. 세탁만 하면 자꾸 늘어지는 모양새가 곧 떠나보내야겠다 싶었는데 이제는 도저히 입기 힘든 상태가 되어 버리기로 결정했다. 버릴 티셔츠를 돌돌 말아 눈에 보이는 곳에 두었다. 베란다로 치워두지 않은 것은 '나 이제 티셔츠 한 장 살 수 있어!'라는 상징적인 의미였다. 별것도 아닌 티셔츠 한 장 버리는 일이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말아둔 버릴 옷을 보며 뭘 살까 생각했다. 잠시 들떴던 마음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한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친구와 갔던 쇼핑몰을 다시 갈 수도 없고, 심지어 그 옷을 사러 갈 만큼 내게 꼭 필요한 옷도 아니었다.
옷장을 펼쳐보며 뭐가 필요한지 확인해 봐야 했다. 보면 볼수록 살 것이 더 없다. 티셔츠 한 장 버렸다고 입을 옷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옷을 차려입고 나가는 직장인도 아니고, 마음은 이미 굳이 사야 할 필요가 없음을 향해 가고 있었다. 결론에 거의 도달했을 무렵 최근 우리 집으로 들어온 티셔츠가 보였다. 참, 이게 있었지. 구매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새 옷이다. 원래 이 옷이 들어온 날 뭐라도 버렸어야 했구나 하며 돌돌 말아 놓은 옷을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그리고 다시 규칙을 수정한다.
1:1의 법칙의 수정.
+ 직접 구매한 것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물건을 받아올 때는 버릴 것이 있는지 확인하고 가져온다.
미용실에 갔다. 무슨 일을 하냐 묻는 원장님은 전화가 많이 오는 것을 보니 돈을 많이 벌겠단다. 그래 봐야 다마스 아저씨, 아는 지인들 전화였을 뿐이다. 원장님은 "돈을 많이 많이 벌고 싶다"며 돈에 대한 적극적인 '찬양'을 보내며 대화를 이끌어갔다.
미용실도 큰데, 이 정도면 돈 많이 벌고 있는 거 아니냐 물으니 아니란다. 2킬로미터 반경 안에 1호점, 2호점 두 개의 미용실을 가졌으면 부자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도 말이다. 매일 돈이 없어서 고민이고 돈만 많으면 할게 너무 많은데 왜 이렇게 돈 버는 게 힘든지 모르겠다며 하소연을 했다.
세상에!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나도 예전에는 늘 결핍을 이야기했었다. 가졌음에도 더 가지려 노력했고, 가지지 않아도 될 물건들을 구매하려 애썼다. 그냥 이뻐서, 그냥 가지고 싶어서, 그냥 지갑에 돈이 있으니까 구매했다. 참 어리석은 생활이었다 다시 한번 고백한다. 오늘도, 가지기 위해 애를 쓰는 마음보다 가졌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건강한 삶임을 되새겨본다. 또한 낡은 티셔츠 하나를 버리고 새로 살 것에 흥분하기보다 감사히 잘 입었다 고마웠다는 마음을 먼저 전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