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생각이 난 듯 내게 물었다.
"도대체 그럼 몇 시에 자는 거예요?"
내가 이른 기상을 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이야기 주제를 찾아낸 듯 물었다.
나는 보통 저녁 10시~11시 사이에 잠이 든다. 이것 또한 이른 아침 기상과 관련이 있는데, 일찍 잠이 들어야 다음날 일찍 일어나는데 지장이 없다. 가장 먼저 일어나 엄마 아빠를 깨우고 아빠에게는 마당청소를, 엄마에게는 아침밥을 해달라 졸랐다는 꼬맹이 내가 있었다 하니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몸에 베인 습관임이 분명하다.
잠시 약속 많던 시절에는 나도 새벽에 잠이 들고 아침에 겨우 일어나 부랴부랴 출근하곤 했다. 언제부터인가 그것이 의미 없어지고 피곤해졌다. 심지어 서른이 갓 넘었을 때는 9시에 잠자리에 들기 시작해서 저녁 약속을 만들지 못했던 때도 있었다. 마치 20대의 모자랐던 잠을 한꺼번에 자기라도 하듯 이른 취침이 시작됐다. 그 후 적어도 11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어제는 9시 반쯤 잠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시골의 저녁은 이른 취침과 이른 기상을 했었다. 열아홉까지 그곳에 살았던 내가 그것을 잠시 잊고 젊음과 화려한 도시에 빠져 살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다시 이른 취침과 이른 기상을 하면서 내 옷을 입은 듯 편안함을 느끼는 것을 보면 어린 시절의 생활 패턴으로 돌아가 평온함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도저히 저녁에 일찍 잠들 수가 없단다. 일찍 잠들면 왠지 시간을 버리는 것 같아 아쉬워 유튜브를 보며 새벽까지 어떻게든 잠을 자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고 했다. 결국 아침에는 눈곱만 때고 나오는 날이 대부분이고 그런 생활 패턴이 주말 18시간씩 잠을 자야 해소가 된다니 나로서는 불가능하기도 불편하기도 한 생활 패턴이다.
내가 말했다.
"사람의 몸을 치료하시는 분이 그러시면 곤란해요."
그녀는 머쓱하게 웃으며 맞는 말이지만 일찍 잠드는 건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도저히 안된단다. 주말 18시간을 잠만 자는 것도 내가 보기에는 건설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사람마다 삶의 패턴이 있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니 뭐라 조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도 일찍 일어나 아침 수영을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이른 아침에 일어날 수 있느냐 되묻는다.
습관을 가지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할 것들이 분명 있다. 밤 시간을 잠으로 채우기 아깝다면 아침 수영은 포기해야 한다. 아침 수영을 가려면 밤 시간 즐기던 유튜브를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욕심을 부린다. 유튜브도 보고 수영도 갈 수 없냐 되묻는다면 나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한두 번쯤 수영을 갈 수는 있을지언정 그것으로 주말 18시간의 잠이 그 이상으로 많아지면서 결국 그녀의 주말은 하루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원하는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는 뒤로 물러나야 한다. 둘 다 가지고 싶어 욕심을 부릴 때 결국 둘 다 잃게 될 수 있다. 유튜브를 주말에 보고 평일 저녁 일찍 잠든다면 원하는 수영을 할 수 있다. 심지어 평일에 잠을 많이 자니 주말에 18시간씩 잘 일도 없어진다. 이런 패턴이 주말을 되찾아 줄 수 있으니 훨씬 이득인 셈이다.
내 말에도 그녀는 한두 시간 일찍 잠드는 것은 절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그녀에게 수영은 유튜브보다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수영이 정말 하고 싶다면 유튜브보다 우선순위에 있어야 마땅하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 우선순위를 변경해서 삶의 패턴을 변경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지금 바로 실천하는 것이 습관의 시작이고 용기이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꿈의 시작이다.
그녀가 진정으로 유튜브보다 수영이 좋아지는 날이 오면 삶의 패턴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