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cm의 자신감
장대비가 내린다. 요즘은 실내 냉방이 과하게 낮아 샌들을 신으면 발이 시린 나는 여름임에도 실내에 머물러야 할 때는 운동화나 단화를 신는다. 비가 너무 많이 오니 신발이 젖을 것은 안 봐도 뻔한 일, 축축해지는 발보다 차가운 것을 참아보기로 한다. 비도 피해볼 겸 오랜만에 굽 높은 샌들을 꺼내 신어 본다. 올 들어 처음 신어 보는 샌들이다.
굽 높은 샌들은 평소보다 높은 곳에 시선을 머물게 한다. 내려다보는 땅의 높이도 달라지니 묘한 자신감이 생긴다. 집을 나서 길을 걸어본다. 걸음이 당당해진다.
멀어진 땅과의 거리를 느끼며 신발 하나 바꿔 신었을 뿐인데 아줌마가 아닌 아가씨가 된 기분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화장도 옷도 제대로 갖춰서 나올걸 그랬나 싶은 아쉬움마저 든다. 볼일을 보고 이대로 다른 약속을 이어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니 거의 풀 메이크업 수준의 효과다.
높은 굽의 신발은 평소의 내가 아닌 것처럼 느끼게 해줬다. 낮은 단화와 운동화를 신을 때 자유로움을 느꼈다면 높은 굽의 샌들은 자신감을 느끼게 해줬다. 묘한 심리 변화다. 이런 마음의 변화를 느끼며 평소 신는 신발로 사람의 성격 유형을 나눈 이야기가 생각나 찾아보았다.
1. 하이힐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높으며 고집이 세다. 하지만 배려심도 많아서 남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곤 한다.
>> 20대에 많은 여성들이 하이힐을 신으니 자부심과 고집이 세다는 것도 어쩌면 일리가 있는 말일까?
2. 로퍼
발랄하고 쾌활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낯을 가리지 않아 처음 본 사람과도 금방 친해질 수 있으며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준다.
>> 로퍼는 귀여운 신발이 많으니 밝은 성격의 사람들이 골라 신을 수밖에 없어 보이긴 한다.
3. 플랫슈즈
현실 중심적 사고로 현명한 판단을 하며 인내심이 강하다. 겉으로 보기엔 순진해 보이지만 속은 누구보다 복잡하며 계산적이다.
>> 이 부분은 동의할 수 없다. 순진해 보이기 위해 신는 것은 아니다. 나만 그런가? 하긴 조신해 보이기 위해 신는 신발이기는 하다만, 여자들은 대부분 플랫슈즈를 가지고 있다. 플랫 슈즈만 신는 사람들은 저런 성향인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4. 앵클부츠(부띠)
지적이며 자기관리가 철저한 편이다. 한 군데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해서 자유롭게 여행 다니기를 좋아한다.
>> 내가 아는 앵클부츠 마니아는 자기관리가 철저한 편이긴 하다.
5. 쪼리
대부분의 일을 느긋하게 대하지만 이해관계에 있어서는 철저한 편이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기 때문에 주변에 친구들이 많다.
>> 동남아 사람들은 느긋하다. 더우니 느긋할 수 밖에 없겠지. 더워서 쪼리를 주로 신는 동남아 사람들은 성격이 느긋하지요.
6. 웨지힐
자기 발전에 대한 욕심이 많다. 의지가 강해 한 번 마음먹은 것은 꼭 해내고 만다. 하지만 마음이 여리고 감성이 풍부해 눈물이 많다.
>> 내가 어제 신은 신발이긴 하지만 1년 만에 신은 신발이었다. 근데 왠지 맞는 이 느낌은 뭘까?
7. 운동화
편안함을 추구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주어진 일에 늘 최선을 다하고 모든 일에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 열심히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운동화가 딱이다. 최선을 다하기 위해 신는 것이 편한 운동화이니 매칭이 되기도 한다.
8. 롱부츠
낙천적이고 도전 정신이 강해서 모험을 즐기는 편이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으며 앞만 보고 살아가는 '캔디'같은 성격이다.
>> 나는 롱부츠를 겨울에 추위를 견디기 위해 신는데 이 유형의 성격은 매칭은 되지 않지만 샘플의 예로 봤을 때 모험을 즐기는 것은 확실하다. 저 끈을 매번 묶자면... 하하하
출처 : 오펀/이나연 기자
여자들은 때에 따라 신발을 바꿔 신으니 여러 가지 성격을 가진 것일까? 그래서 남자들은 복잡한 여자의 심리를 꿰뚫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것인가?
의문이 남은 성격 유형 구분이긴 하지만 어제 신은 5cm의 웨지힐이 나에게 자신감을 가져다주었으니 확실한 것은 한 번쯤 높은 굽을 신고 기분 전환 할 필요가 있겠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