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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Aug 06. 2018

마음이 씻겨지는 듯한 힐링의 공간

한강 생태공원 산책

태양이 미처 내려가지 않은 주말 초저녁, 오랜만에 생태공원 흙길을 걸었다. 평일 운동 나가는 시간은 이미 날이 어두워져 가로등이 없는 이 길을 걸을 수가 없다. 주말에도 뜨거워 이른 시간에 나가지 못했으니 오랜만의 산책이다.


우리는 생태공원 '흙길'을 좋아한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신발에 흙이 묻어나는 것이 싫다는 이들도 있다. 우리 부부는 늘 시골에서 땅을 밟고 살아온 사람들이라 흙길을 좋아한다. 지금은 철조망이 쳐지고 가시덤불이 무성해 보호 구역 안을 볼 수 없지만 십여 년 전, 우리가 연애하던 시절에는 무성하지 않은 나무들 사이로 생태습지 안도 훤히 보였다. 그 속은 현실과 달라 영화 아바타의 한국 버전처럼 보이기도 했다.


산책로를 걷다 샛길로 나가면 한강을 보고 앉을 수 있다. 그곳에 있으면 아무런 고민도 걱정도 없다. 그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지는 태양이 쏟아내는 마지막 정열을 볼 수 있는 한강. 그곳에 앉아 있으면 힐링이 된다.

- 초저녁 지는 해를 볼 수 있는 한강 -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는 어쩌면 그렇게 아름다운지 눈을 감고 듣으면 튀김 소리 같기도 하고, 빗소리 같기도 하고, 바람소리 같기도 하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듣고 싶은 대로 들을 수 있다.


한적하고 고요한 주변, 그곳에 앉아 있으면 가끔 생태 숲에 뛰어놀다 나온 사슴을 보기도 한다. 사슴과 라고는 하는데 정확한 동물의 이름은 모르겠다. 표지판에서 읽었는데 잊어버린 이름.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그 아이가 우리를 힐끗 보고 다시 숲 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서울에서 느끼기 힘든 장면이다.


이곳은 포장된 도로에 비해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 한적하다. 나무들로 둘러싸여 바람이 많고 숲의 소리가 난다. 주말이면 늘 찾아가던 곳인데 몇 주 동안 갈 수 없었던 곳. 오랜만에 나가 보니 마음이 씻겨지는 기분이 들었다. 자연이란 역시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한 힘을 가졌다. 뜨거운 태양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하면 가을의 생태 숲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기다려진다. 우리의 힐링 명소, 생태공원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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