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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Sep 17. 2018

생각없는 어른이요?

이건 정말 너한테만 이야기하는 비밀이야.


순수했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 주고받던 비밀대화의 시작이다.


어른이 되면 내 입을 통해 나가고 나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퍼져버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굳이 비밀이라는 말을 서두에 붙여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비밀 이야기가 없어지고, 비밀 이야기는 입 밖으로 낼 수 없게 된다.


내 평생 두 가지의 비밀 이야기를 기억한다. 물론 비밀 이야기는 수없이 들었겠지만 정말 비밀이라고 느낀 이야기는 딱 두 가지다. 심지어 그들은 내게 비밀이라 말하지 않았지만 왠지 그 이야기는 비밀 같아 내 안에 담아 두었다. 입이 무겁다거나 의리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이 말만은 하지 않아야겠다, 비밀이라고 말하지 않을 만큼 비밀 이야기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내뱉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흔히 '생각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실 생각은 했으나 그 생각을 '거를 줄 모르는 사람', '삼킬 줄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인데 그 또한 생각 없이 내뱉는 것과 같아서 표현이 그러하다. 본인의 말을 내뱉을 줄만 알았지 그 말을 듣고 상처받을 상대의 마음을 배려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는 보고 들은 것을 거를 줄 몰라 생중계하듯 말한다. 아이들은 '숨기고 감추는' 뇌 회전 능력이 발달되지 않았다.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시키거나 본 것을 못 본 척해달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모두 입 밖으로 내뱉는 '어른 사람'을 만날 때 거부감이 든다. 때론 적의를 가지고 하는 말이 아니라지만 나이는 진즉에 어른 나이가 되었는데도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거르지 못하는 사람을 볼 때 한 발짝 뒤로, 때로는 등을 돌리게 된다.


최근 자신은 '순수해서' , '잘 몰라서'라는 변명을 내뱉으며 마음을 거르지 않고 토해내는 사람을 만났다.

당신은 나이 든 어른이잖아요!


말하고 싶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사람임을 알고 이내 입을 닫는다.


어른답지 못하다.

어른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아는 것이 어른 아닌가? 굳이 말하고 나서 후회하고 사과하는 사람은 몸만 어른일 뿐 머리는 아직 미성숙한 어린이가 아닐까?


이십 대가 되면 성인이라고 인정받아 술을 마셔도 되고, 늦은 귀가에 잔소리하는 엄마를 보고 "내가 나이가 몇인데!"하며 자신이 성인임을 드러낼 수도 있다. 정신적으로 '독립'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고나 할까.


'당신의 상처는 내 알바 아니고 나는 당신에게 반드시 이 말은 해야겠다'는 사람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나에게도 질문을 해본다.  


나는, 쉬이 마음속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내 마음을, 내 감정을 토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지어 내 마음은 비밀이라고 말하는데 누군가에게 말해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를 제대로 봐야 할 거울은 항상 내 앞에 있다.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 내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바로 거울이다. 불편한 행동을 하고 있는 상대의 모습 속에 나는 없는지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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