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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Aug 30. 2018

여행, 일상을 버티기 위한 묘약이라고나 할까.

떠날 준비. 설레는 한 주가 지나가고 있다. 

곧, 몇 달 전 예약해둔 여행을 떠난다. 이미 날씨는 선선해지고 '여름휴가'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뜨겁던 여름을 오롯이 버티며 기다리다 맞이하는 늦은 휴가다. 


잠시 현실을 떠나는 시간. 

 보던 풍경이 아닌 낯선 곳을 거닐며 느낄 다양한 감정과 시선들.


어린 조카를 데리고 여행을 다닌 적이 있다. 조카는 해외여행을 다니며 영어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다음 여행에서는 직접 소통해야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 짧지만 외국인과 영어를 주고받는 이모가 멋져 보였단다. 그럴 수 있다. "헬로" 하나만으로도 어린 조카 눈에는 얼마나 커 보였겠는가. 그 후 영어공부에 열의를 보여 중학교 2학년이 된 그 녀석은 영어 성적 우수자다. 


유아동 시기의 여행은 기억에 남지도 않는데 뭣하러 데리고 다니냐 묻는 사람들이 있다. 6살부터 해외여행을 다닌 조카의 예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는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제대로 된 여행을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그것의 시작은 업무로부터였다. SK* 마케팅 대행사에서 일을 할 때였다. 한참 장금이 붐이 일던 때, 꽤 큰 금액으로 진행된 프로모션이 있었고 책임자는 나였다. 첫 번째 행사는 주요 도시의 5성급 호텔 주방장과 함께 요리하고 디너를 맛보는 것이었고, 두 번째 행사는 3박 4일 떠나는 북경 3대 요리 맛 체험 여행이었다. 


서울, 대구, 부산, 광주 주요 호텔에서 행사를 치르고 북경 3대 요리 맛 체험 여행을 떠나면서 나는 '여행'이 주는 짜릿한 묘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비록 업무이긴 했지만 연이어 있었던 행사를 치르기 위해 주요 도시를 버스, 기차, 비행기로 매일 이동해야 했고, 북경의 3대 요리를 맛보며 패키지여행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물론, 일반 여행과는 달리 대부분의 시간이 '업무'였지만 그 시간보다 여행처럼 느껴지던 짧은 순간순간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그 짧은 순간에 대한 희열을 느끼며 앞으로는 업무가 아닌 정말 여행을 다녀보자 결심하게 된 것이다. 


여행이란  떠나기 전 준비하면서 설레고, 일상인 현실을 떠나 새로운 세상에 빠질 수 있어 즐겁고, 다녀와서 그 시간을 추억하면서 앞으로의 시간이 행복해질 수 있다. 그게 여행이 주는 묘미이고 재미이다.


일탈이 아닌 일상을 버티기 위한 묘약이라고나 할까.

다시 오랜만에 짐을 싼다. 짐을 싸면서부터 설레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겠지. 새로운 세상을 만날 마음에 들뜬 한주다. 그곳에서 어떤 시선들을 가지고 돌아올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한주. 이제 이틀만 지나면 공항 리무진을 탈 수 있다. 


설레고 행복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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