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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Aug 27. 2018

나의 어린 시절과 다르지 않은 행복한 그의 공간 속으로

보름달이 떴다. 선선해진 날씨 덕에 저녁 산책길 사람들이 평소 두세배 늘었다. 가을이라고 소리치듯 밤하늘마저 푸르고, 보름이 지나가는 달빛 역시 동그랗게 자신을 뽐내며 세상을 비춘다.


지난주 엄마 집에서 본 하늘은 별이 곧 쏟아질 것 같았다. 아주아주 어릴 때 보던 하늘처럼 저 하늘이 서울에서 보던 하늘과 같은 하늘이 맞나 싶을 만큼 많은 별들을 보고 왔다. 이렇게 맑은 날 친정집 하늘은 그날처럼 별이 쏟아지고 있겠지? 


하루 종일 산책한 날.

오전에는 흙길을 걸으며 산들바람을 느끼고, 오후에는 공원을 걷다 분수가 만들어내는 무지개를 보며 홀린 듯 앉아 자리를 뜰 줄 모르고, 늦은 저녁에는 커다란 달이 이뻐 산책을 나갔다. 


이런 날이다. 

평온하고 평화롭고 여유로운 느낌. 마음의 동요도 걱정도 없으며, 덥지도 춥지도 않은 산들바람이 내 머리칼을 흔드는 느낌. 세상의 모든 여유로움을 우리만이 가진 듯 조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이 느낌이다. 내가 느끼는 그와 함께 살고 있는 삶에 대한 감정이다. 


평소의 삶 속에 이런 느낌이 있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마음이 좋지 않아도 늘 베이스에 깔려 있는 내 삶의 감정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자주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 든다.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무작정 좋다. 마음껏 뛰어놀며 행복했던 어린 시절. 


지금의 삶이 그렇다. 몸은 어른이지만 온 우주가 어린 시절의 그 공간으로 나를 데려다 주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햇살 비추던 마루에 누워 엄마가 머리를 만져주던 날, 친구들과 마음껏 동네를 뛰어다니며 놀던 날, 펑펑 내린 눈이 내 허리가 넘도록 내려 친구를 만나러 나가지 못한 날, 삽으로 눈을 치워주며 길을 터주던 아빠가 있던 그 공간. 그와의 삶은 나를 그런 공간으로 데려가 주는 느낌을 준다. 


그의 다리를 베고 누워 가을바람이 부는 하늘을 본다. 그는 내 머리를 만지며 옛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늘처럼 한들한들 바람이 불던 날 버드나무에 올라 이리 휘청, 저리 휘청 나무를 타던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 나는 눈을 감고 어린 시절 그의 추억 속으로 들어간다. 나의 어린 시절과 다르지 않은 행복한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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