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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Oct 01. 2018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어렵다고요?

여름이 끝나갈 무렵, 엄마가 엄청 아프셨다.

주말에 엄마 집을 가겠노라 했는데 아파 누웠으니 오지 말라는 전화가 왔다. 처음에는 그냥 몸살 정도 났나 싶어 혹시 누가 집에 오는 것이 귀찮으면 다음에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한데 전화 목소리가 너무 힘이 없어 안 되겠다 싶어 죽을 사들고 바로 출발했다.


엄청 아팠는지  퀭한 모습으로 누워계셨다. 원인은 잘 씹지 않는 식습관이 불러온 위장장애였다. 동네 행사에 나온 오리고기를 먹고 아팠다는데 퍽퍽한 오리고기는 잘 씹지 않는 엄마께 체하기 딱 좋은 음식이다. 게다가 여름 내내 마을 회관에 틀어놓은 에어컨 바람에 몸이 차가워진 것도 한 몫 한 듯했다.


엄마는 음식을 많이 씹지 않는다. 80 평생 그렇게 살았는데 어떻게 바꾸냐고 하시지만 씹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해결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이전 습관으로 돌아가 버린다.


소화 장애를 자주 겪는 엄마는 일전에 숟가락을 바꾸라는 처방을 받았다. 물론 가장 시급한 것은 음식을 꼭꼭 씹는 것이지만 하루아침에 식습관 개선이 쉽지 않으니 우선 숟가락부터 작은 것으로 바꾸라는 처방을 내린 것이다. 한동안 실천하나 싶더니 요즘은 다시 어른 숟가락이다.

- 출처, <효리네 민박>  -

엄마께 다녀온 후 많이 씹지 않고 음식을 넘기는 식습관의 심각함을 인지했다.


잘못됐다는 것을 알지만 바꾸지 못했던 습관.

지금 당장! 식습관을 바꾸자!

밥알을 씹고 또 씹었다. 의식적으로 하나하나 치아로 음미하며 식사를 했다.  


이렇게 음식을 꼭꼭 씹으니 소화가 잘 됨을 느꼈다. 소화가 잘되니 장도 튼튼해질 테고 급하게 먹지 않으니 성격도 차분해질 수 있겠구나 싶다. 가장 좋은 것은 많이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다 보면 적당히 먹어도 배가 부르다. 그리고 턱이 아파 음식을 많이 먹을 수가 없다.  


변화를 경험하니 씹지 않고 넘기는 음식은 목에 걸려 잘 넘어가지 않는다. 목에서 넘어가더라도 식도에서 부딪히는 느낌이 들어 불편해진다.


이번 연휴 때 어머님은 밥 먹는 나를 보고 '음식이 맛이 없나?', '애가 어디가 아픈가?' 생각하셨단다. 가뜩이나 적게 뜬 밥은 줄지 않고 입은 계속 무언가를 씹고 있으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나중에 "어머님도 음식을 꼭꼭 씹어 천천히 드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자 아픈 게 아니었냐 되물으셨다. (추석이 지나면 늘 2~3kg씩 쪄서 왔는데, 이번 연휴는 몸무게 변화가 없었다.)


나를 따라 음식을 씹었을 때 훨씬 목 넘김이 좋다고 하셨지만 결국 다시 대충 씹고 삼키는 습관으로 되돌아가곤 했다. 두 엄마는 늘 많이 씹지 않아 소화장애를 겪으니 전화로 자주 잔소리를 전해드려 리마인드 시켜 드려야겠다.  

단, 단점이 있다면 타인과의 식사가 불편하다. 나는 아직 반도 먹지 못했는데 상대는 이미 다 먹고 기다린다. 그럴 때는 식사 전 미리 나의 식습관을 이야기하며 양해를 구하는 것이 방법이다.

식사속도는 이미 많은 연구에서 건강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고지혈증, 지방간, 위염 등 다양하다. 5분 미만의 식사는(15분 식사 대비) 고지혈증이 1.8배, 고혈당 2배, 비만이 3배로 나타났다. 지방간 발생 위험도 2배, 위염도 모두 1.5배 이상 높게 나왔다.

<출처, KBS NEWS>
<출처, KBS NEWS>
<출처, 연합뉴스>

음식을 꼭꼭 씹는 것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질병에서 조금씩 멀어질 수 있다. 그동안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간과했다.

의지의 문제일 뿐!!!

습관은 몸에 베이면 잘 변화되지 않는다. 시작한 지 한 달 남짓이라 아직은 의식적으로 음식을 씹어야 하지만 평생의 습관이 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두 엄마께 잔소리 또한 포함이다.

습관의 힘!!!

이런 '의식적인 노력'이 '무의식적인 습관'이 된다면 남은 삶의 질을 변화시켜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어려워 보이지만 아주 쉬운 문제. 음식만 꼭꼭 씹으면 된다.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일들을 이뤄나갔을 때의 쾌감을 이번 습관을 통해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도, 두 엄마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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