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하드디스크의 파티션을 나누는 기능이 있다. 하나의 영역을 둘로 나눠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하는 기능이다. OS가 깔린 영역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서 다른 영역은 보통 자료 백업용으로 사용한다. 컴퓨터에 C 드라이브, D 드라이브가 있다는 것은 이렇게 하나의 디스크 파티션이 나눠져 있음을 의미한다. 컴퓨터 사용에 미숙한 사람들은 자주 고장을 내기 때문에 유용한 기능이다.
혼자 사는 친구가 이사를 하게 됐다. 마침 약속이 미뤄져서 시간이 됐다며 친구의 언니가 왔다. 언니는 친구의 짐을 하나씩 풀 때마다 잔소리를 했다. 무슨 옷이 이렇게 많으냐, 비싼 화장대는 뭐하러 샀냐, 그릇은 결혼하면 세트로 사게 되는데 왜 샀냐 등, 친구인 내가 듣기에도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적당히 응하던 친구도 계속되는 잔소리에 울컥하며 화를 냈다. 한마디 한 걸로 화를 낸다는 언니와 그만 좀 하라고 화를 내던 동생은 끝내 격렬한 말다툼 끝에 다시는 안 볼 것처럼 헤어졌다. 동생과 언니의 영역은 컴퓨터 파티션처럼 나눠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가까운 사람을 참견하는 것은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상대가 불편하다면 그것은 관심이 아니다. 간섭이고 지적이다. 삶의 방향을 강제로 바꿔버리려는 것과 같다. 각자 자신이 정해 놓은 삶이 방향이 있고 기준이 있다. 바꾸더라도 그것은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은 관계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지나친 영역 침범이다.
상대가 자는 시간임을 알면서 전화해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끝나지 않는 메신저 대화로 상대의 시간을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은 각자 고유한 영역이 있고 개인적인 영역을 갖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친하거나 유대감이 깊다고 해서 개인적인 부분까지 침범해 오는 사람이 있다. 상대의 사생활을 정복하려는 사람이다. 어떻게든 사생활을 간섭하려고 한다. 사생활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다. 그런 영역을 침범해 오면 상대에게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는 교집합으로 살아가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어도 인간관계는 합집합 유형이 있을 수 없다. 교집합을 넘어서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로를 공유하며 살아야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며 살아갈 수 있다. 그렇게 할 때 더욱더 견고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조언은 해줄 수 있다.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상대가 좋은 방향으로 가길 바라는 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조언은 조언으로 끝나야 한다. 자신이 괴롭거나 화가 나지 않아야 조언으로 끝날 수 있다. 조언은 그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화를 내는 것이 아니다. 조언이라고 한 말에 자신의 기분이 상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간섭이다.
가까운 사람과 대화를 하다 ‘아차!’ 하는 순간이 있다. 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고 했는데 하다 보니 ‘간섭’이 된다. 유독 자매 사이에는 그런 일이 많다. 친정에서 만난 언니와 엄마의 주방을 공유하는데 이미 자신만의 방식을 가지고 사는 주부이기 때문에 서로 할 말이 많다. 자신의 방식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지만 경험상 편하다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강요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서로의 방법을 지적하고 있다. 말이 쉽게 멈춰지지 않아 이삿날 다툰 자매처럼 감정 상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간섭하는 말을 자제하고 각자의 방식을, 각자의 영역을 인정해줘야 한다. 영역을 침범하는 거리만큼, 상처를 주고받는 양만큼, 관계는 멀어지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