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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Nov 12. 2018

금요일 여섯 시를 기다리며 오늘도 한번, 시작해보자.

 팔을 뻣으면 옆사람과 닿을 듯한 네모난 공간에서 시계는 3시를 가리킨다. 금요일 오후 3시는 집중력이 바닥으로 떨어져 땅 속으로 스며든다. 시계는 거북이처럼 늑장을 부려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한참이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시곗바늘은 겨우 4시를 가리킨다. 어쩔 수 없이 전열을 가다듬고 문서를 열어본다. 문서 안의 글자가 한글인지 외계어인지 해독이 되지 않는다. 머리가 혼란스럽다.

아... 집에 가고 싶다.

 문서 해독에 성공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계는 5시 58분을 가리킨다. 노트북 속 창을 닫는다. X X X X... 왠지 모를 작은 희열이 느껴진다. 1분 전... 30초 전... 땡! 6시다.  


 부랴부랴 가방을 챙겨 들고 네모난 공간을 탈출한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네모를 타려다 흠짓 놀라 뒤로 물러선다. 한 사람의 공간도 허락하지 않는다. 세 번의 열림과 닫힘이 반복된다. 계단으로 향한다. 오래된 건물의 계단은 경사가 높다. 한 걸음 한 걸음 신중을 기한다. 일곱층의 계단이 끝났구나 안도하려는 순간, 2층이다. 다시 한번 신중을 기해 마지막 계단을 내려온다. 드디어 네모 공간을 완전히 벗어난다.

휴우~

 번화한 거리는 이곳이 한국인가 싶다.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어와 일본어가 들려온다. 공간이동을 한 듯 새로운 세상이다. 화려한 조명과 트리 장식으로 도시는 반짝인다.


 화려한 거리를 걷는 것도 잠시, 서로가 연결된 직사각형 네모를 타야 한다. 사람이 넘쳐난다. 정시 퇴근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던가? 아! 금요일 퇴근길은 늘 복잡했었지... 지난 금요일도 지지난 금요일도.


 꼼짝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직사각형 네모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 자전거도 함께 퇴근하려나 보다. 금요일 퇴근 시간 자전거라니... 누구의 동행일까... 복잡한 직사각형 네모 안에서 전쟁이 일어난다. 덩치 큰 남자는 조금도 곁을 내어주지 않고 여자는 등 뒤로 밀려 분리되기 직전인 가방을 당겨오느라 애쓴다. 자전거가 휘청거리자 주인이 허벅지에 힘을 준다. 이 사람이 주인이다. 15인치는 되어 보이는 태블릿 PC로 영화 감상에만 빠져 있는 줄 알았는데 자전거가 주는 민폐를 신경 쓰고 있었나 보다. 자전거의 퇴근에 사연이 있겠구나 싶다.


 직사각형 네모를 두 번 갈아타고 그곳을 벗어난다. 삐삐 삐삐 삐삐.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여는 순간,

집이다!!

 한 주동안 긴장했던 에너지를 내려놓는다. 2박 3일의 자유가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

행복하다.

 머리가 맑아지며 집중력이 높아진다. 주말 동안 해야 할 일을 나열해본다. 일단 필라테스를 가자. 그리고 금요일만은 12시가 넘도록 잠을 자지 말자 다짐해 본다. 하지만 마의 구간을 넘기지 못하고 10시에서 겨우 30분이 지나 침대로 향하는 나를 발견한다.


 2박 3일은 금요일 퇴근 후 집에 도착하는 시간보다 빠르게 지나간다.


 월요일. 에너지를 담아 서로가 연결된 직사각형 네모에 몸을 싣고, 이른 아침부터 번화한 거리를 지나, 위아래로 움직이는 네모를 타고, 팔을 뻣으면 옆사람과 닿을 듯한 네모난 공간으로 가야 한다.


 금요일 여섯 시를 기다리며 오늘도 한번,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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