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만나!
3년 전, 이 동네로 이사 왔다. 한 번도 와보지 않았던 곳이었다. 이전 집을 정리하는데 3주밖에 없어 급하게 구한 집이다. 서울생활 20년이 넘었지만 들어본 적도 없는 동네 이름이었다. 급하게 구하느라 집이 있다는 소리에 달려와 계약했다. 우리는 그렇게 이 집을 만나고, 동네를 만났다.
살다 보니 좋다. 분명 서울인데 시골 같은 분위기가 난다. 복잡하지 않고, 사람들도 순해 보이고 서로 인사하며 사는 사람들...
동네 미용실을 간 적 있다. 20년 전 미용실 직원으로 들어왔다 동네가 마음에 들어 지금 미용실을 인수하고 결혼해서 터를 잡았다고 하는 원장 아줌마. (원장 아줌마가 딱 맞다. 미용실 거울에 전화번호가 붙어있다. <전화하세요. 010-xxx-xxxx> 전화하면 어디선가 뛰어와 머리를 말아주고 또 종이를 붙여 두고 나간다. 다들 익숙한 지 미용실 밖에서 문 앞이라며 전화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왠지 아줌마 호칭이 어울리는 느낌이다.) 자기도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서울에 이만한 동네가 없다며 칭찬하는 이야기에 나 역시 완전히 공감했다.
주변에 초중고가 많아 늘 아이들 소리가 난다. 어릴 때 학교 옆에 살았던 내게는 이런 환경이 낯설지 않을 뿐 아니라 편안한 마음을 들게 한다. 누구는 학교 옆은 시끄러워서 살기 싫다고 하는데 가끔씩 울리는 종소리가 어린 시절 우리 집(지금은 친정집이 된) 마루에 앉아 지는 해를 쳐다보던 토요일 오후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다.
운동장을 걷고, 공원을 산책하고, 등산을 다녔다. 그렇게 3년을 산 이 동네를 곧 떠난다. 익숙한 것과 헤어지는 것은 매번 낯설다. 아쉽고 아련하고 짠하다.
우리 부부는 헤어지는 것을 잘 하지 못한다. 이 동네로 이사 오고 한동안 이전 동네를 자주 갔다. 익숙했던 길, 익숙한 음식점, 익숙한 공원을 찾아갔다. 이전 전 동네도 그랬다. 매정하게 끊어내지 못하는 두 사람의 성향이 같아서 다행이다. 왜 떠난 동네를 다시 가냐 누구 한 사람 뭐라고 하지 않으니 다행이다.
우리는 이 동네를 떠나도 늘 그래 왔듯 한동안 다시 찾아올 것을 안다. 익숙한 이 곳을 마음속에서 보내려면 한동안의 시간이 필요하리라. 그래서 떠나지만 헤어지는 것 같지 않다. 미련을 두는 것이 아니라 헤어지지 않음을 선택한다. 조금씩… 천천히… 마음을 보내는 것을 선택한다. 단칼에 자르지 않고…
좋은 동네였다.
안녕! 우리 동네! 곧 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