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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Dec 12. 2018

나만의 메멘토 모리를 찾아서...

오랜만에 싸이월드를 접속해 보았다. 며칠 전 싸이월드가 한참 전성기였던 시절 청춘을 보낸 지인을 만난 덕분이다. 그곳을 떠나며 사진을 지운 기억이 나는데 혹여 더 남아있나 궁금해서 아이디, 비밀번호까지 찾아 들어갔다.


생경하게 느껴지는 메인의 아바타들이 예스럽다. 업그레이드를 아직 하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외쳤던가? (최근 영화관에서 싸이월드 심폐소생술 광고가 있었다.) 여전히 서비스 브랜딩을 누가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변화지 않은 싸이월드.

<싸이월드 메인>

윤도현밴드의 노래가 흐르고 있는 나의 싸이월드는 2001년 10월부터 2011년 03월까지 읽은 책 리뷰와 일기로 가득했다. 사진도 네 장 건졌다.


싸이월드 속 글을 보니 역시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는 늘 일기를 쓰고, 긁적이고, 책을 읽었다.

10년 전에도, 지금도 나는 같다. 새삼 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지난 주말 <열두 발자국>의 저자 정재승 교수의 강연을 듣고 왔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책의 소제목을 그대로 빌자면 [우리 뇌도 '새로고침'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NO!!!!'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메멘토 모리'라는 것이 나온다. 주말 강연에서도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강조했다. 메멘토 모리란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으로 자신이 죽음의 상황에 와있다는 가정이 있어야 뇌는 ‘새로고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애연가가 담배를 끊을 수 있는 계기는 '폐암'에 걸리는 것이 가장 빠른 답이라고 했다. 책의 내용처럼 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내가 싸이월드를 찾아 책 리뷰나 일기를 찾은 것은 반가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늘 글쓰는 것이 내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책을 읽고 적당한 글을 쓰는 그 시간에 머물러 있음을 깨달았다.

강력한 메멘토 모리가 필요하다.
10년 전 지인이 <*** 신고 독서하기> 책을 출간하기 위해 나의 독서 습관을 인터뷰하러 왔을 때 글 쓰고 싶다는 내게 그녀는 말했다. "언니도 글 쓰세요. 책은 누구나 다 쓸 수 있어요!" 그 말에 '내가 무슨 책을...' 하며 흘려버렸던 기억이 났다. 당시 플로리스트를 막 그만두고 글을 쓰겠다고 했던 그녀의 근황을 찾아 보았다. 그녀는 꽤 많은 책을 내고 문학 공모전 소설 부문에도 당선되어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녀의 현재 모습은 10년 전과 확실히 달랐다. 글쓰기를 하고 싶었던 마음은 같았는데 말이다.

나는 어쩌면 글쓰기가 사회 전반에 펴져있는 흐름에 편승해 '나도 한때 꿈은 작가였어!'라는 것을 위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지금 꿈을 향해 '절실하게' 가고 있기는 한 것일까? 내가 또다시 긁적이다 멈춰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마저 드는 하루였다.


한 해가 마무리되어가는 12월에 싸이월드가 나의 메멘토 모리의 씨앗을 준 것이 아닌가 싶다. 좀 더 절실하게 내가 왜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앞으로의 내가 나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나만의 메멘토 모리. 내년에는 꼭 그것을 찾아 10년 후 오늘을 추억할 때는 한걸음 더 나아가 있기를 스스로에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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