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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Jan 04. 2019

인간관계는 완전무장이 없다.

오래된 시골집은 문이 많아 외풍으로 영하를 오가는 겨울은 추웠다. 유독 추위에 약한 나는 시골집에 가면 양말을 신고 핫팩을 붙이고도 모자라 마스크까지 하고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바닥은 따뜻한데 방을 돌아다니는 공기가 좀처럼 따뜻해지지 않아 감기에 걸릴까 걱정되어 과하다 싶을 만큼 신경 썼다.


완전무장.


인간관계도 완전무장으로 상처 받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따뜻하게 마음을 주고받으며 위로가 되어주는 친구가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인간관계의 폭이 넓었던 나는 점점 흥미를 잃고 소원해지는 친구(지인 포함)의 숫자가 늘어난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와 함께해야만 행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친구 사귀는 일이 점점 어렵다. 유지하는 일은 다이어트만큼이나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설렘보다 오래된 인연에 공을 들이지만 관계란 매번 쌍방향이 되기 쉽지 않다. 야속한 마음이 들다가도 서로의 전후 사정을 알 수 없으니 이해한다는 명목으로 관계를 내려놓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졸업 앨범을 뒤졌다. 죽고 못살던 3인방이었던 우리는 연락처도 없이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10여 년 전 별것도 아닌 서운함에 흩어져 지금은 연락 두절된 사이. 내 인생 최고의 3인방이라 자부했지만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사는지 알지 못한다.


가끔 꿈에 나오는 친구가 있다. 오랜 세월 마음을 나누었지만 나이 들어가는 지금 안부조차 나누지 않는 남이 되었다. 꿈에 나올 정도면 무의식에서조차 친구를 찾고 있다는 것인데 연락할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세월이 가고 있다.


관계라는 것은 순간이다. 늘 좋았지만 오해 하나로 흩어지는 것, 늘 같은 곳을 바라본다 생각했던 친구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게 되면 그것으로 Say Good-Bye를 외친다. 뒤돌아보는 타이밍조차 다르면 그것으로 관계는 끝난다.


인간관계에도 시골집 잠자리에 들 때처럼 완전무장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상대의 어떤 말에도 평온함을 유지하고, 나와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을 이해하며 서운함이 들 때 바로 풀어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마음.


나이가 들면 마음이 넓어져 관계를 이해하는 폭도 넓어질거라 생각했다. 여전히 이해력 떨어지고 마음은 넓어지지 않으니 어른이 되었지만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가끔은 나만의 틀을 만들어 벗어나면 이상한 놈 취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화들짝 놀라기까지 한다.


인간관계의 유연성은 언제 가질 수 있는 것인가? 10년 후? 20년 후? 죽음이 임박했을 때? 그도 아니라면 인간관계는 영원한 미스터리인가?


인간관계에는 완전 무장이 없음을 알지 못한 채 헤매고 있는 나를 발견한 오늘이다.


@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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