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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Jan 03. 2019

평범한 일상을 행복하게 사는 작은 지혜

주말은 휴대폰을 끄거나 알람을 꺼둔다. 한데 지난 토요일은 이른 아침에 알람을 맞춰둬야 했다. 한참 방영 중인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빠진 남편이 놓친 1,2화 재방송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도록 잠을 자야 하는 남편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이유가 드라마라니! 게임을 좋아하는 것도, 주인공 배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오쿠다 히데오 소설 <남쪽으로 튀어>에 나오는 지로 아빠의 대사, “난센스!”를 함께 외치고 싶어 질 만큼 아이러니한 일이다.


매일 아침 힘겹게 일어나던 사람이 드라마를 보자고 맞춘 알람에 두 번 고민 없이 눈을 뜨는 모습이라니!


많은 명사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가슴이 뛰는 일을 하세요."하고 말한다. 들을 때는 맞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정작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좋아서 하는 일인지, 나에게 가슴 뛰는 일이 있기라도 한 것인지 반문하게 된다.  


나는 명사들이 말하는 '좋아하는 일', '가슴 뛰는 일'이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말하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게 된다면 그 또한 일이 되지 않을까.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직장을 다닌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매일 야근을 하던 시절, 지치고 힘들어 나를 위해 검도장을 다녔다. 검도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남자 친구'를 만들어야겠다는 흑심의 시작이었다. 물(?) 좋은 동네 검도장을 찾아두고 퇴근 후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일이 있어도 검도장에 드나들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할 만큼의 거리였지만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육체적으로 힘든 운동이었고 남자 친구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그 시절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피곤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행복한 일.


일상의 작은 변화, 돌파구로 찾은 일이 삶의 패턴을 변화시켰다. 비록 ‘남자 친구’ 만들기는 실패했지만 체력단련을 하며 검도의 매력에 빠졌고 검도장을 가기 위해 야근 대신 이른 아침에 회사를 갔다. 남자 친구를 만들고자 시작했던 검도로 삶의 활기를 찾았고 성공적이었다.  


일상은 평범하다. 평범함 속에는 지루함, 나태함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 감정이 들지 않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 속에서 나만의 활력을 찾아낸다면 일상은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은 즐거운 삶이 될 것이다. 


남편의 드라마가 평범한 한주를 보내고 흥미로운 주말을 기다리게 하는 묘약이라면 나는 언제든 알람을 맞춰줄 용이가 있다.  


좋아하는 일, 가슴 뛰는 일은 작은 일일 뿐이다. 드라마도, 검도도 결국 작은 변화다. 작지만 힘을 주고 활력을 주는 무언가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평범한 일상을 행복하게 사는 작은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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