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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Jan 09. 2019

백수니까 커피는 사지 않아도 괜찮다 말해주는 친구

잘 사용하던 베개가 갑자기 불편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나갔다. 잠깐 누워보고 괜찮은지 가늠할 수 없어 며칠을 찾다 후기가 좋은 베개를 골라 구매했다.  


새로운 베개를 사용한 첫날, 낯선 베개가 잠을 방해해 자다 말고 일어나 예전 것으로 바꾸고서야 잠을 잤다. 새로 산 베개는 여러 번 시도해 봤지만 불편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새로 산 베개는 단 하루도 사용하지 못했고 사용하던 베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불편함을 공중분해했다.


늘 함께 하던 것들에는 편안함이 있다. 늘 가던 카페 커피가 입맛에 맞고 오래된 친구와의 대화가 자연스럽다. 고민하지 않아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있다.


친구 넷이 모였다. 정확히 말하면 오래 전 같은 팀으로 일했던 팀원들이다. 일 할 때는 상하 관계였지만 한 두 살 터울의 우리는 흩어지고도 가끔씩 만나 기분에 따라 호칭을 부르며 친구로 지내고 있다.


한 친구가 알바로 번외 수입이 생겨 저녁을 사는 모임이었다. 밥을 먹고 카페로 이동했다. 내가 커피를 사려고 지갑을 꺼내는데 친구 둘이 밀어낸다.


“백수가 무슨 돈이 있어. 내가 살게!”

지갑을 꺼내 든 친구 옆에서 또 다른 친구가 나섰다.

“아냐. 내가 살게!”

“뭐야? 나 백수라고 다들 무시하는 거야? 나 그 정도는 있거든?!”

나름 당당했다.

“내가 돈 더 많거든. 쿠폰도 있고!”

고수가 나섰다.

“그래. 너한테는 명함 못 내밀겠다. 네네! 백수 탈출하면 다음에 밥 살게.”

백수인 나는 테이블로 돌아왔다.


오랜 친구가 좋다. 커피 한잔 안 사는 백수가 아니라 백수니까 커피는 사지 않아도 괜찮다 말해주는 친구들. 익숙한 베개처럼 만나 커피 대신 초콜릿 케이크를 먹는, 올해로 마흔다섯 살 어린이의 식성도 놀려대고 말이다.


@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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