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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Jan 08. 2019

굿 라이프를 살아가는 방법

두세 달에 한 번 적금 만기 문자를 받는다. 적은 금액이지만 문자를 받으면 돼지 저금통 뜯는 기분이 든다. 만기가 돌아오면 돈을 찾은 후 적금 통장 평균 수를 맞춰 놓는다.


일상의 소박한 즐거움, 나만의 소확행이다.


행복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생활 속에서 기쁘고 즐겁고 만족을 느끼는 상태에 있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생활 속은 일상이라는 의미이니 행복은 일상에서 찾아가는 것이 맞다.


적금을 타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내게 한 지인이 금액을 듣더니 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 돈에 무슨 행복씩이나 내미느냐는 듯 행복할 일이 그렇게 없냐 되물었다. 나는 그가 가진 행복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행복이란 일상에서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임을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는 행복이 로또에 당첨되거나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소설 <보바리 부인>처럼 일탈에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보바리 부인은 매일 아침 창밖으로 보이는 동네 사람들의 똑같은 일상을 혐오한다. 사람들이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을 보내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보바리 부인은 행복을 찾겠다며 일탈을 감행한다. 숱한 일탈 끝에도 행복을 찾지 못했던 그녀는 죽음만이 삶의 종착역이라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매일 창밖에 보이던 동네 사람들의 일상 변화를 보며 자신이 삶이 무너졌음을 깨닫는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평온함에서 자신이 무엇에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지 찾지 못한 채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나 역시 행복을 찾아 헤맨 적이 있다. 일상이 지루하고 무료해서 친구들을 만나고 모임을 만들었다. 끊임없는 자극을 만들어 낸 행동, 그것은 잠시 오는 쾌락의 감정일 뿐 행복을 추구한 삶은 아니었다.


프로젝트로 잠시 파견 나간 동네에 자주 가던 식당이 있다. 허영만의 <식객>에도 나올 만큼 정성이 가득한 음식이 나온다. 내 입맛에 딱 맞다. 동네를 떠난 후에도 가끔 그 집 음식이 생각났다. 대 여섯 가지 나물 반찬에 빠지지 않는 고등어조림, 할머니가 직접 구워 큼직하게 잘라 주는 김까지 기본 반찬만으로도 풍성하다. 두부찌개, 청국장까지 시키면 오랜만에 집에 온 자식을 위해 맛깔나게 차려내는 엄마 밥상 같다.


월요일, 남편이 회사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그곳에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갈 일이 없었던 동네였는데 스케줄을 만들고 흔쾌히 나섰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한참 줄을 서야 해서 아침을 거르고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역시, 맛있다. 평소 밥 한 공기를 다 먹지 않는데 그날은 절반의 밥을 남편에게 양보할 수 없었다.

행복하구나!

오랜만에 좋아하는 식당의 음식을 먹으니 행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조미료 없이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은 (조미료가 강하면 남편이 재채기하거나 내가 화장실로 직행한다.) 비싼 요리라도 대적할 수 없다.


밥을 먹고 옷에 깊이 스며든 청국장 냄새도 뺄 겸, 햇살 비치는 창가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셨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은 일상에서 자신이 만들어 가면 된다. 돈 주면 내어주는 식당의 한 끼가 뭐 그리 행복하냐 반문할 수 있지만,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열심히 일해서 좋아하는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삶. 행복을 만들어가는 나만의 방식이다. 


적지만 소확행을 위한 적금. 행복을 만들어가는 나만의 방식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최인철 교수의 <굿 라이프>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충분히 즐겁고 호기심이 충만하고 삶의 고요함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행복하지 않다고 불안해하는지도 모른다. (중략) 어쩌면 우리는 행복을 철저하게 마음의 문제라고만 생각한 나머지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것을 등한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가면 된다. 입맛에 딱 맞는 식당에 찾아가 점심 한 끼 먹는 노력, 햇살 비치는 창가에서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마음. 적은 금액이지만 소소한 즐거움을 위한 적금.


로또 당첨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 기대하는 즐거움이 행복이라면 그 또한 방법이다. 다만 당첨되지 않은 로또 번호를 찢고 소주를 사러 간다면 그것은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없다.


굿 라이프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을 찾고, 만들어가는 것이지 않을까?


@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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