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금이대로 쩡 Feb 23. 2019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작가 이름을 두 번 확인했다. 아는 분의 추천으로 언젠가 읽어봐야지 했던 책이라 작가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름이 그녀 삶을 이야기해 주는 듯 하다,   각각의 이름으로도 존재하는 애나와 메리가 함께 있으니 에너지가 넘치고 적극적일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일흔이 넘어 시작한 그림으로 개인전을 열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되기까지, 그녀의 살아온 삶에서 부드러운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 평온하게 읽었다.


남자가 돈을 벌어오는 것이 당연했고, 여자는 집안일을 하는 것이 당연시하던 시대를 살았지만 쉬지 않고 직접 만든 버터를 팔고 우유를 담아 팔았다. 시대의 흐름에 편승해서 가만히 앉아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삶이었다. 당시에는 여자아이들이 남의 집 심부름과 부엌일을 하며 살던 때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 그늘을 벗어나 여러 집을 다니며 일을 돕고 자립적으로 살아냈다.


심지어 나이 든 할머니가 되어서도 닭을 키워 팔 수 있다 감히 호언장담한다. 누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의지하느니 펜케익이라도 만들어 팔며 살겠다는 그녀는 글에서 유쾌하면서도 다부진 모습이 보였다.

내가 만약 그림을 안 그렸다면 아마 닭을 키웠을 거예요. 지금도 닭은 키울 수 있습니다. 나는 절대로 흔들의자에 가만히 앉아 누군가 날 도와주겠거니 기다리고 있진 못해요. 주위 사람들에게도 여러 번 말했지만, 남에게 도움을 받느니 차라리 도시 한 귀퉁이에 방을 하나 구해서 팬케이크라도 구워 팔겠어요.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둘러싼 기운이 따뜻했다. 이쁜 그림을 좋아한다는 할머니 손에서 그려진 그림과 글이니 이쁠 수 밖에 없을 터, 따뜻한 차 한잔 손에 들고 있는 듯 온기가 느껴졌다. 중간중간 모습을 드러낸 그녀의 그림에서도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한때 미술계에서 B급이라 평했다지만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그게 트리플 A급 아닌가.


나이 일흔이 넘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명성을 얻은 할머니. 그녀는 부와 명예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길 뿐이었다. 그림이 아닌 닭을 키웠어도 명성이 자자한 닭 농장주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하루도 허투루 살아내지 않고 당당히! 꼼꼼히! 열심히! 살아온 천성이 생을 다할 때까지 변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나는 우리가 정말 발전하고 있는지 때로는 의문이 듭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세상이 달랐어요. 지금보다는 여러모로 더 느린 삶이었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좋은 시절이었지요. 사람들은 저마다 삶을 더 즐겼고, 더 행복해했어요. 요즘엔 다들 행복할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질문에 맞닥뜨리면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덮어버리는 게 상책입니다.

책을 마무리하며 그녀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의 삶을 돌아보니 하루 일과를 돌아본 것 같은 기분입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마쳤고 내가 이룬 것에 만족합니다.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 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

결국 삶이란 스스로 만드는 것. 바로 이 말이 그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흘러가는 대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삶. 그 선택은 언제든 늦지 않다는 것. 평온하지만 단단한 말이다.


언제든 자신이 마음먹기에 따라 그날이 곧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실수해도 다시 시작하면 그것으로 가능성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무엇이든 지금은 언제나 적당한 때가 될 수 있다.


행복을 찾지 못해 허둥거리고 있다면 자신이 주어진 삶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지스 할머니의 삶을 들여다보라. 행복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소중히 다루며 좋아하는 일을 해내는 것이 행복의 시작과 끝임을 알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힐빌리의 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