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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Mar 10. 2019

직장생활은 고뇌와 번뇌가 함께 하는 삶


지방에 사는 시누이네 가족 넷이 서울 나들이를 왔다. 친동생은 아니지만 오래전 가족이 되었고 동생이 갖고 싶었던 내게는 마냥 반가운 존재였다.


처음으로 우리 집에 와서 네 식구가 하룻밤을 자고 갔다. 지인은 뭐 그리 대단한 대접을 했느냐 타박하지만 내게는 그저 동생일 뿐이다. 동생에게 돈 생각, 시간 생각을 하며 대하지 않으니(적어도 나는 그렇다.)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마음이 가는 대로 베풀어주었다.


시누이는 너무 잘 놀고 쉬다 갔다며 감사의 인사를 해왔다. 진심임을 느꼈고 나 역시 마음이 전해진 듯해 뿌듯했다. 십 년 전 얼굴도 모르던 그녀와 나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로 살아가고 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정신없이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니 새삼 친근한 기분이 들었다. 저들과도 지금은 남이지만 언젠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아니어도 인연이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낯설기만 한 기분은 아니었다. 넓은 사무실에서 매일 마주침에도 낯선 사람처럼 지나치던 이들에게 공간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인연이라는 생각에 짧은 목례를 하고 지나쳤다.


직장에서 만난 이들과는 마음 나누기가 쉽지 않다. 작은 이해관계가 얽혀 신뢰하지 못하는 사이가 되고 조금이라도 손해 보기 싫어 상대를 헐뜯기도 한다. 마음을 주고받다가도 한 번씩 손해 보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얼굴은 알지만 결국 남이기 때문일까.


팀이 된 셋이서 남의 회사, 낯선 공간에 앉아 모호한 리더의 말을 해석하며 이길 저길 헤매다 보니 머리가 복잡하다. 언제나 의사결정을 끌고 가는 리더였고 업무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지내왔다. 명확하지 않은 구조가 내게 익숙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낯설고 복잡한 마음이 업무에 대한 의지를 꺾고 만다. 먼저 내어주어야 하는 것인가? 벽을 치고 화살을 막아야 하는 것인가? 갈등의 연속이다.  


모호함을 명확하게 끌고 가는 리더로 나서자니 손해 보는 느낌이 드는 나를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스스로도 판단이 서지 않는다. 먼저 내어주다 상처 받은 경험이 나를 머뭇거리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남이었지만 시누이에게는 아깝지 않던 마음이 동료라는 이름에게는 멈짓하게 만드는 것이 솔직한 내 마음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되묻는다.

먼저 내어 주어야 하나?


직장생활은 고뇌와 번뇌가 함께 하는 삶을 끊임없이 피부로 느끼게 해 준다. 퇴근길에 내어주자 마음먹다가도 출근하면 다시 벽을 치고 마는 이중적인 마음이 중용을 지키자는 의지를 흔든다. 새삼, 평화롭게 균형을 맞추어 사는 삶은 어렵고도 고된 일이구나 싶다. 슬기롭게 균형을 맞추는 나만의 방식은 언제 즘 갖춰질 수 있으려나 오늘도 헤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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