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정말 이상한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정상이고 우리가 이상한 게 아닐까요?"
"아뇨. 저는 평범한 보통 사람이에요."
지난주 동료와 나눈 대화다. 그날은 동료가 H에게 스트레스를 받은 날이었고 테이블에 올려두고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다. 나 역시 팀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H를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때 그는 H가 생각이 있으니 우리가 그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겨우 몇 주 만에 그는 H가 이상하다 단정 지으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늘 주변인을 인정하려고 애를 쓰던 그가 더 이상은 H를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H의 생각이 무엇이지 알지 못한 채 이해하려 애쓰다 평범한 그(그의 기준에서)를 괴롭히는 H는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는 과연 보통의 평범한 사람인가?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에 두 손, 두 발을 든다.
평범한 사람
평범함의 기준은 무엇인가? 나와 다르면 이상한 사람, 나와 비슷하면 평범한 사람. 결국 기준은 자기 자신이 된다. 혹은 자신이 생각하는 평범한 기준을 정해두고 틀에 맞춰지지 않은 사람은 모두 이상한 사람이라고 정의 내릴 뿐 아닌가. 그가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라 우겨대기에 평범하지 않은 이유를 말해줬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평범한 대한민국 사람은, 컴퓨터는 윈도 OS를 기본으로 알아요. 윈도를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요. 윈도를 불신하며 세상의 컴퓨터는 맥과 맥이 아닌 것으로 나뉜다는 님은 맥빠잖아요. 자, 본인이 평범하다 말할 수 있어요?"
그는 박장대소로 화답했다. 그렇다. 자신의 생각과 사상도 '평범'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인정한 웃음이다. 나는 말했다.
"그냥. H는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자고요. 난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맘 편하더라고요."
언제나 정답은 없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고 그가 평범한지, 그가 이상한 사람이고 내가 평범한지는 누가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나 역시 평범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지 않다. 나는 유니크하고 색다른 사람이다. 즉 누군가에게는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점심시간, 회사 앞으로 친구가 놀러 와 식사를 했다. 근황을 나누며 친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를 그렇게 오래 봤는데도 잘 모르겠다. 특이해! 특이해!"
우리는 모두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독특하고,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차라리 갓난아이는 이해하기 쉽다. 갓난아이의 울음은 보통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뜻이다. 갓난아이의 자아가 형성되면서부터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이해하는 것이 퍽 어려워진다. 자아가 형성된 나도, 상대도 시선은 자신의 기준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결국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이 나날이 넘쳐나기만 한다.
그들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굳이 이해할 필요가 없어진다. 다름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가볍다. 나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상대의 세상에서는 평범한 생각일 수 있다면 이해가 되는 일이다. 물론 다른 사람을 통한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기 어렵다면 내가 평범한 사람이 아닐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맥빠임을 인정하고 나니 어쩌면 H가 평범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직장 동료처럼 말이다.
상대를 인정하는 작은 시작은 자기 자신을 먼저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