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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Mar 29. 2019

<Chapter 1> IT 프리랜서의 삶이란.

IT 프리랜서의 삶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14년째 프리랜서로 살아가고 있으며 당분간은 그 삶을 살아갈 생각이다. 다른 업종 프리랜서의 삶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비정규직으로 매번 새로운 일을 구해야 하는 구조는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싶다. 작년 한 해 하고 싶었던 일을 위해 잠시 IT를 벗어나 있었다. 외도를 했지만 다시 IT로 돌아왔다. 다만, 그동안 일했던 피 말리는 전쟁터와는 달리 조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을 택했다. 나에게 쉼을 주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업무도 가볍고 정시 퇴근도 무리 없는 곳으로 택했다. 그 선택은 탁월했고 덕분에 이렇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남은 프리랜서 삶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글로 써보려 한다.


Chpter 1

IT 프리랜서의 삶이란...

한동안 혼자 돈 안 되는 일을 하다 통장 잔고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역시, 노동의 양은 통장잔고와 비례함을 절실히 느끼며 다시 일을 찾았다. 함께 일했던 사람, 일을 소개해주는 업체 담당자에게 일 할 의사가 있음을 알렸다. 구인 사이트에서 프로젝트를 찾아보며 위치, 급여 등의 조건들을 확인했다. IT 프리랜서는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몇 달씩 계약을 한다. 예를 들어 브런치가 시스템 고도화 프로젝트 1년짜리를 진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일정 기간으로 계약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계약이 종료되면 철수한다. 급여는 세금을 포함한 금액으로 협의하고 수령 시 3.3%의 세금을 떼고 받는다.


요즘은 IT 프리랜서가 워낙 많다. 직장생활 3~5년 차가 되면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것이 유행처럼 퍼진 지 오래다. 프로젝트를 나가보면 정규직보다 프리랜서 비율이 월등히 높은 이유가 그 때문이다. 회사를 박차고 나와 프리랜서로 전향할 때는 실력이 가장 중요한데 프리랜서 전향의 문턱이 워낙 낮다 보니 평균 실력도 하향 평준화되었다. 당연히 급여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굿뉴스, 누군가에게는 베드 뉴스다.


나는 고급 경력자다. 예전에 비해 투입 일정과 급여, 환경을 따지며 입맛에 맞는 프로젝트 구하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넘치는 나이다. 프로젝트의 PM(Project Manager로 프로젝트를 총괄 책임지는 팀장급이다.), PL(Project Leader로 개발 파트, 디자인 파트 등의 리더 격이다.)이 나보다 나이가 적다면 나를 팀원으로 뽑는 것을 꺼려한다. 되돌아보면 나 역시 나이 많은 팀원을 뽑을 때 망설였으니 자업자득이지 않을까 싶다. 한국 사회에서의 나이는 곧 서열이라는 인식이 쉬이 바뀌지 않는 이유다. 결국 고급은 난이도가 높은 프로젝트이거나 리더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주 만나게 된다.


프리랜서가 PM, PL이 된다는 것은 일면식 없는 사람을 위해 스트레스성 위장장애를 겪는 것과 같다. 워낙 많은 업체들이 있다 보니 처음 계약하는 회사를 만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책임과 권한에서 자유롭기 위함인데 리더는 막중한 책임을 피해 갈 수 없지 않은가. 잦은 야근과 함께 책임이 막중한 PM, PL은 프리랜서들이 가지 않으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금융권 프로젝트의 총괄 PM이 다리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은 꽤 충격적이었다. 어떤  프로젝트의 프리랜서 PM은 갑자기 연락두절, 잠수 타는 경우도 봤다. 그만큼 프로젝트의 크기와 무관하게 책임자는 큰 짐을 짊어지게 된다. 프로젝트란 정해진 일정이 있고 그에 맞춰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프로젝트 막바지에 리더들의 스트레스는 엄청나게 높다.

팀원으로 일자리를 빠르게 구하는 방법은 있다. 통상 급여보다 낮추거나 소문이 파다할 만큼 망가진 프로젝트에 지원하거나 지방으로 가는 것이다. 단, 이 선택에서 회사의 깊은 의심은 감수해야 한다. 왜 급여가 낮은데도 일을 할까? 왜 어려운 프로젝트를 들어올까? 왜 지방으로 가려할까? 일을 못하는 게 아닐까?


이런 경우가 아니어도 프리랜서란 늘 의심과 평가의 대상이 된다. 초반에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하루아침에 정리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계약 기간까지는 함께 할지라도 재계약이나 다음에 함께 하자는 요청은 이어지지 못한다.


이번에도 나는 운 좋게 함께 일했던 분의 소개로 원하는 급여로 적당한 시기에 프로젝트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서울 시내를 돌며 인터뷰를 하고 연락을 기다리고 또다시 이력서를 넣어야 하는 일이 반복되는 생활이 이어진다. 가끔 예전 회사에서 나보다 부하였던 직원이 팀장이 되어 나를 인터뷰를 하는 웃픈 상황도 만나게 된다. 웃으며 또 보자는 인사를 하고 헤어지지만 우리는 다시 만나기 힘들다는 것을 안다. 계약하기로 구두 협의되었다가 프로젝트가 한 달 이상 연기되어 다른 일을 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프로젝트가 끝나갈 즈음 다음 프로젝트를 이어서 구하느라 또다시 지인과 업체에 연락을 하고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는 일이 반복된다.


프리랜서란 일 할 때는 맡은 업무만 하면 되지만 다음 프로젝트가 구해지지 않으면 백수가 될까 두려워 물밑에서 끊임없이 물질을 해야 하는 삶을 살아간다. 오래된 지인은 정치질이 지겹다며 10년 다닌 회사를 박차고 나오더니 채 1년도 되지 않아 정규직으로 재입사했다. 매번 프로필을 업데이트하고 인터뷰하고 다음 일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 백수가 될지도 모를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겠다고 했다. 돈 많이 벌어서 좋겠다던 프리랜서의 삶이 실상 겪어보니 무지갯빛만은 아님을 알게 된 것이다.


모든 비정규직이 그렇듯 나 역시 직장을 구하느라 매번 애를 쓴다. 나를 아는 지인이 이 글을 본다면 일 잘 찾아다니면서 앓는 소리를 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이 보지 못한 나만의 물질이 있었음을 나는 알고 있다. 매일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음에, 이력서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일이 생겼음에 감사하는 IT 프리랜서의 삶이다.


세상 어느 것에도 빛과 어둠이 있듯 프리랜서의 삶 역시 같다. 일을 구하느라 애를 쓰는 다른 한편에서는 자유롭고, 원한다면 몇 달이라도(물론 무급이다.) 쉴 수 있는 여유가 있다. Chpter 2에서는 자유로운 프리랜서의 삶을 이야기해 볼 생각이다.


IT 프리랜서의 삶 

<Chapter 4> 프리랜서의 시선

<Chapter 3>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힘

<Chapter 2> 자유로운 IT 프리랜서의 삶

<Chapter 1> IT 프리랜서의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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