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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Jul 02. 2019

<Chapter 4> 프리랜서의 시선

00님 프리랜서 같은데 맞아요?

프로젝트를 나가면 많이 주고받는 질문이다. '프리랜서 같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나쁜 의미로는 무책임해 보인다, 이기적이다, 개인적이다, 나이가 많다 등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좋은 의미로는 일 잘한다, 자신감이 넘친다, 뒤끝 없다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늘은 프리랜서의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프리랜서 같다는 말을 들으면 이질감이 들면서도 영역을 침범당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구나 하는 동지애도 느낀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남과 다른 시선을 가지기도 한다. 이 글이 이기적이거나 개인주의적으로 보일 수 있다. 모두 프리랜서가 이런 시선을 가지는 것은 아니니 참고해서 읽어주기 바란다.  




프리랜서는 계약서에 민감하다. 프리랜서는 사업자와 같다. 계약서 없이 일을 진행하다 프로젝트가 엎어져 철수하는 경우, 업체 담당자 믿고 일하다 정해진 급여와 다른 금액을 받는 경우가 발생했을 때 계약서가 없으면 협상할 카드가 없다. 프리랜서는 출근 첫날 또는 출근 열흘 내에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관례다. 실제 프로젝트에서 보름이 되어도 계약서 날인을 하지 않아 갑자기 출근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긴 하지만.) 출근한 보름은 돈을 받지 않아도 좋다는 의사 전달과 함께 계약서 없이는 일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회사에서는 부랴부랴 계약서를 내밀어 다시 출근시켰고 그의 행동은 정당했기에 누구도 욕할 수 없었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 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니 그의 실력은 안 봐도 '역시 프리랜서야!!'라는 말이 나온다.

계약서는 자신의 경력을 증빙하는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정규직은 국민연금 납부 서류로 경력을 증빙할 수 있다. 4대 보험의 공백을 가지게 되는 프리랜서는 계약서를 통해 소프트웨어 기술자 신고인 KOSA로 경력을 증빙할 수 있다. KOSA가 필수는 아니지만 공공 프로젝트나 일부 대기업에서 경력 증빙자료로 KOSA를 요청하기 때문에 제한 없이 일을 하거나 오랜 프리랜서 생활을 하는 이들은 등록해두는 것이 좋다. 계약서만 있으면 필요할 때마다 일괄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에 계약서는 반드시 날인해서 잘 보관해 두는 것이 좋다. 소프트웨어 기술자가 고급인 경우 추가 등록할 필요는 없지만(보통 고급 이상을 찾는 곳이 많지 않다.) 특급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대비해 보관해둬야 한다.

프리랜서는 근무일수, 투입일, 철수일에 민감하다. 정규직은 연봉 협상에 따른 급여가 들어온다. 프리랜서는 일할 계산하기 때문에 어떤 기준이냐, 출근일이 무슨 요일이냐에 따라 급여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30일 기준이냐, 영업일 기준이냐에 따라 철수일이 금요일이냐, 월요일이냐에 따라 급여 차이가 클 수 있다. 서로의 지출과 수입 계산으로 영업일이 적은 2월, 긴 연휴가 있는 9월은 투입, 철수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달이라 업체도 프리랜서도 꺼려한다. 연휴 전 투입, 연휴 지난 철수로 써진 배려(?) 있는 계약서를 만난다면 프리랜서에게는 행운이다.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계산하면? 적은 돈은 아니다.

최근, 보기 드물게 실력도 없고 무책임한데 인성마저 부족한 고급 경력자를 만났다. 이런 미꾸라지가 프리랜서의 물을 흐리는 주범이다. 그럼에도 일할 계산으로 급여를 줘야 하는 법 조항이 현실감 떨어지는 듯 하지만 법이 그렇단다. 프리랜서는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해도 급여를 받아가겠다는 시선을 가진다. 상도의 관점에서 보면 자신의 책임도 있으니 적정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맞지 않느냐 생각도 들지만 많은 프리랜서들은 근무일수에 맞게 무조건 급여를 챙겨나가려 한다. 자신이 프로젝트에 끼친 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양심적이란 말을 한다는 것이 순수한 발상인진 모르겠으나 실력이 모자라 피해를 줬다면 스스로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실력은 없는데 돈은 받아가겠다? 이런 사람들은 급여에는 집착하지만 자신의 실력에는 집착하지 못하는 부류라 같은 프리랜서지만 함께하기 어려운 마음이 든다.

프리랜서는 정해진 업무 외 시간 터치에 민감하다. 프리랜서를 하는 이유는 자신이 맡은 업무만 하겠다는 의지의 선택이다. 업무 외의 일, 워크숍, 회식 참여 등에 단호히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다. 가령, 계약서에는 A 프로젝트라고 되어있는데 B 프로젝트 업무를 준다거나 팀원으로 들어갔는데 리더의 역할을 맡긴다거나, 업무 외 사적인 시간을 할애하라거나 할 경우 당당히 거부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적정선의 협의를 거친 경우가 아니라면 정규직처럼 일방적인 통보는 불가하다. 넘어선다면? 당당히 계약조항을 읊거나 계약 불이행으로 종료 요청을 할 수 있다.

나 역시 계약과 다른 프로젝트에 들어오라는 말에 현재 계약된 기간 내 업무 변동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회신에 재차 의견을 묻는 일은 없다. 그만큼 초반에 협의된 계약은 강력하다. 회사대 회사의 계약서와 다르지 않다. 계약 범위를 넘어서면 금액을 조정해야 하는 것이고 업무가 변경되면 계약서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 계약된 인력이라고 해서 임의대로 보직 변경은 불가한 것이 프리랜서의 계약이다.

회식? 워크숍? 함께 일하면서 회식 자리에서 인간관계를 쌓는 일이 필요할 때도 있다. 사회에서 만나는, 특히 IT 프리랜서는 일정한 기간에만 함께하기 때문에 관계란 쉬이 무너진다는 것을 안다. 프로젝트에서 나의 레퍼런스 체크를 하던 중 추천한 사람이 있어 인터뷰 요청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감사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이름을 듣고도 한동안 도무지 누구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연락처도 저장되어 있지 않아 방법을 찾지 못하다 지인에게 확인하고서야 어렴풋이 기억났다. 그만큼 많은 프리랜서를 만나고 헤어지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기억은 온전할 수 없다. 때문에 굳이 사적인 시간을 할애해서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큰 것이다. 일만 하려고 프리랜서를 하는데 왜 사적인 시간을 할애해야 하느냐 되묻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시선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알기에 회식 불참 등의 ‘사생활 돈터치(Don’t touch!)’를 외치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프리랜서는 자신이 맡은 '일'을 잘해야 한다. 요즘은 연차에 맞는 프리랜서가 많지 않다. 오죽하면 요즘 고급은 예전의 중급, 요즘 중급은 예전의 초급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연차가 쌓일 만큼 쌓인 인력들이 아직도 프리랜서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것은 일 잘하는 후배가 없기 때문이란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나를 건들지 말라는 의사표현을 하려면 프리랜서가 정규직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것에만 집착하지 말고 실력을 키우는 것에 우선해야 한다.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을 때 프리랜서로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IT 인력의 절반 이상이 프리랜서다. 현재 소속된 팀의 30여 명 중 70% 정도가 프리랜서일만큼 정규직 비율이 줄었다. 그들이 모두 프리랜서인 것은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어서일까?


절반은 돈 때문에, 또 남은 절반의 절반은 소속되는 것이 싫어서, 또 남은 절반의 절반의 절반은 다들 프리랜서를 하니까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선택한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예상하지 못하는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프리랜서는 자신의 업무에 있어서는 정규직보다 능동적이어야 한다. 정규직보다 많은 급여를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책임은 모르쇠 하며, 요구사항만 던지는 태도는 프리랜서로서의 마인드가 아니다.


계약서에 민감하고, 출근 일자에 민감하고, 사생활 터치에 민감하기 전에 자신의 실력에 좀 더 민감해야 함을 프리랜서로 나서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프리랜서가 실력을 겸비한 사람이 아닌 그저 인력시장의 한 유형으로 전락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다음에는 프리랜서의 수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가장 궁금하고 가장 중요한 수입^^


IT 프리랜서의 삶

<Chapter 4> 프리랜서의 시선

<Chapter 3>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힘

<Chapter 2> 자유로운 IT 프리랜서의 삶

<Chapter 1> IT 프리랜서의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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