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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Apr 28. 2019

<Chapter 3>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힘

정규직일 때는 몇 년을 보내도 흐르는 시간을 실감하지 못했다. 프리랜서의 삶에 익숙해진 지금은 몇 년씩 같은 회사(프로젝트)를 다니라고 하면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프리랜서는 길어봐야 1년, 적게는 한 달도 계약하기 때문에 긴 호흡을 가져야 하는 일이 낯설다.


오늘은 프리랜서로 지내온 지난 시간을,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프리랜서는 만남과 이별이 잦다. 그만큼 인간관계의 깊이도 얕을 수 밖에 없다. 잠시 만났던 프리랜서들과의 인간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몇몇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으려 노력한다.   


스스로 일을 구해야 하는 프리랜서는 지인 추천이 가장 빠르다. 지인 추천의 경우 이력서는 전달하되 인터뷰가 프리패스되기 때문에 지인 관리는 프리랜서에게 중요하다. 비정기적으로나마 지인들에게 안부 인사를 전한다. 서로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 있으니 동향을 살피는 목적도 있지만 일을 소개해주는 인맥 관리의 목적이 더 크다. 헤어질 때가 되어서야 연락처를 묻는 일은 프리랜서들에게 익숙한 일이다. 그동안 즐거웠다는 인사와 함께 일이 있을 때 서로 소개해주자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일을 소개해주는 의리, 가재는 게 편이다. 

프로젝트에서 만난 사람의 전화번호를 저장할 때 반드시 프로젝트명을 기입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친하게 지내며 자주 연락하는 친구가 아니기 때문에 이름만 보고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짧은 인연은 저장된 프로젝트명으로...

어떤 프리랜서는 한번 일한 회사와 두 번 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고 한다. 아는 사람 일을 하면 중간에 나갈 수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모른 척할 수 없다는 이유라고 했다. 프리랜서로 살아남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겠지만 나의 경우 매번 새로운 회사와 일을 하는 것이 더 스트레스다.


나는 함께 일했던 회사와 지속적으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나를 알기 때문에 실력 검증을 받아야 하는 일도, 급여 협상을 해야 할 일도 없으니 좋다. 한번 맺어진 인연으로 몇 년을 함께 일하는 프리랜서는 주변에 많이 있다. 특히 외벌이 프리랜서는 그런 경우가 많다. 매번 프로젝트를 구하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중간에 쉬지 않도록 일을 소개해주는 회사와의 파트너십은 프리랜서에게 중요한 일이다. 지금도 5~6년 전 함께 일했던 회사와 일하는 중이다.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인맥관리만큼 함께 일한 업체 담당자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친하게 자주 만났던 사이는 아니지만 1년에 한두 번, 안부 인사를 보내는 것이 조금 더 빠르게 프로젝트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하라는 신호,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얌체로 인식되지 않는 방법이다.


최근 연락해본 지인은 일이 없어 얼마 전 정규직으로 입사했다는 회신이 왔다. 거리가 멀어서, 급여가 적어서, 회사가 이상해서... 끝도 없다. 결국 마음에 맞는 일은 없고 백수생활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조급해진 마음으로 매월 일정한 급여가 나오는 정규직을 가볼까 유혹에 빠지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오랜 프리랜서 생활에 익숙해진 우리는 정규직을 버티는 힘이 없다. 그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다음 달 사표를 쓸 생각이라고 했다.


배우 윤여정 님이 한때 돈을 벌기 위해 배역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는 인터뷰를 본 적 있다. 프리랜서도 마찬가지다. 이것저것 따지다 백수생활을 하느니 적당한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것이 빠르게 백수 탈출할 수 있는 길이다. 몇 달째 백수라며 일을 구하는 프리랜서는 배가 덜 고픈 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어느 분야든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게 된다. 이일 저일 모두 싫어 정규직에 들어가 보지만 그곳은 탈출하기 위한 몸부림만 더 거칠어질 뿐이다. 적당한 급여, 적당한 일, 적당한 인간관계만 받아들인다면 지인처럼 IT 프리랜서가 일이 없어 정규직을 가게 되는 일은 없다고 감히 장담한다.


프리랜서를 나만큼 오래 한 지인은 들어가는 프로젝트마다 이상한 사람들이 모였다 투덜거린다. 어디를 가도 이상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역지사지. 남들에게 자신도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사실 이상한 사람 그룹은 '우리 모두'다.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는다. 상대의 말, 태도, 눈빛이 상처를 준다. 프리랜서로 오래 살아남으려면 보통의 인간관계보다 조금 더 넓은 퍼스널 스페이스가 필요하다. 오래 알고 지낸 지인도 아니오, 친구도 아니다. 일을 위해 만났다 일이 끝나면 헤어진다. 상대를 향한 기대를 줄이고 적당한 선을 지키려 노력하면 자신의 마음속 상처를 줄일 수 있다. 프리랜서로 오래 버티기 위해서는 관계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을 특별히 두려워해야 한다. 가끔 회사에서 친구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다. 친구는 학교에서, 일은 회사에서.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 맘먹은 대로 흘러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시간이 갈수록 친밀도가 높아지는 것을 스스로 경계하지 못하고 상처 받거나, 상처 주는 일을 만들 때가 있다. 항상 경계하고 거리 유지를 지켜나가야 한다. 그런 이유로 작은 말에도 쉽게 상처 받는 사람에게는 프리랜서를 권하지 않는다. 프리랜서는 가끔 냉정하게 느껴질 만큼  선을 지키는 말을 내뱉는다. 그것은 이기적이거나 개인주의가 아닌, 삶을 살아내는 방법일 뿐이다.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힘. 정리를 하다 보니 의외로 많아 나조차도 놀랐다. 거르고 걸러 몇 가지만 소개했는데 의외로 냉철한 사람처럼 보인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다음에는 정규직과 다른 프리랜서의 시선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IT 프리랜서의 삶

<Chapter 4> 프리랜서의 시선

<Chapter 3>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힘

<Chapter 2> 자유로운 IT 프리랜서의 삶

<Chapter 1> IT 프리랜서의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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