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금이대로 쩡 Apr 07. 2019

<Chapter 2> 자유로운 IT 프리랜서의 삶

IT 프리랜서, 비정규직이지만 나름대로 자유로운 삶이라 느낀다.


어떤 일이든 끝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IT 프리랜서는 기간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끝나는 날짜가 정해져 있다. 계약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느끼는 짜릿함과 희열.

드디어 이곳을 떠나는구나.

묘한 해방감 속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소속감, 책임감에서의 자유

프리랜서는 계약 종료 한 달 전, 연장이나 종료 여부를 협의하는 것이 관례다. 서로 별 이야기가 없으면 계약서대로 철수하는 것이 묵시적 합의다. 계약기간 중에도 한 달 전 즈음 협의를 거치고 1~2주간의 인수인계를 거친다면 계약 종료는 가능하다.


IT 프리랜서는 계약된 회사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계약된 회사 소속으로 정해진 프로젝트를 나갈 뿐이다. (예를 들면 브런치 고도화 프로젝트를 수주한 A라는 업체 소속이지만 일은 브런치에서 한다는 의미다.) 계약된 회사에 대한 소속감? 당연히 없다. 계약날짜에 맞춰 주어진 일을 할 뿐이다. 쉬이 행동으로 취하지 않지만 "싫으면 그만두지 뭐!"라는 대화가 "점심 뭐 먹을까?"정도로 가볍게 오가기도 한다. 소속감이나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발언이다. 물론 아무 때나 무책임하게 떠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자유롭다.


며칠 전 표면상으로 계약된 회사의 팀 회식을 했다. 같은 팀이지만 다른 사무실을 사용 중인 우리 셋은 모두 프리랜서다. 참석여부를 묻는 메일에 고민 없이 불참 회신을 보낼 수 있는 것이 프리랜서다. 원한다면, 프리랜서는 소속감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어도 무관하다. 회식에 불참했다고 (요즘이야 대부분 자유롭다지만) 뭐라 할 사람도, 불이익을 받을 이유도 없는 것이 프리랜서다.


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IT 프리랜서는 정규직과 비교하면 꼬박 1년을 일하지 않아도 정규직 연봉 수준을 맞출 수 있다.(같은 계통의 정규직 기준이며 보너스는 제외.) 정규직 연봉 수준에 맞춰 살아도 될 여유만 있다면 프로젝트가 끝나고 다음일을 시작하기 전, 원하는 만큼 쉴 수 있다. 직장인은 상상하기 힘든 한 두 달 여행도 가능하고 땡처리 항공권을 찾아 당장 어딘가로 떠날 수도 있다. 누군가는 돈 때문에 프리랜서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원한다면 여유로운 삶이 가능하다.


이런 자유를 누리기 위해 프리랜서로 사는 지인이 있다. 뜨거운 여름과 추운 겨울 한 달씩은 영업 종료다. 한 달 내내 서핑을 하고 돌아와 다음 서핑을 위해 일한다. 외벌이에 아이가 있는 지인도 다음일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1~2주씩 가족여행을 떠난다.


자신의 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인간관계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삶

프로젝트를 위해 모였다 흩어지며 늘 낯선 이들과 호흡을 맞춰가는 것이 프리랜서의 일상이다. 여기서 호흡이란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함이지 인간관계의 호흡이 아니다. 일로 시작되는 만남이며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깊은 관계를 만들지 않은 것이 프리랜서다. 누구와도 헤어질 날짜는 이미 정해져 있다. 함께 계약이 끝나더라도 다음 프로젝트를 정하는 기준이나 일정이 다르면 다시 만나기 쉽지 않다. 적당히 사귀고 적당히만 나를 보여줘도 된다. 인간관계를 위해 억지웃음을 지을 필요가 없다.


또한 나이로 위아래를 정하는 대한민국 구조에서 조금은 자유롭다. 경력에 따라 불려지는 직급은 있지만 표면적인 것일 뿐 나이가 어리다고 쉽게 하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나이와 무관하게 서로를 하나의 사업자로 보기 때문에 적정선에서 존중해 주는 셈이다.


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서도 같은 위치의 프리랜서이기에, 나이는 차이나지만 누구에게도 반말하지 않는다. 나이는 위계질서를 만들기 위함이 아닌 적정선의 예절을 지키는 것으로 사용할 뿐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대하는 자세도 다르다.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헤어지기 때문에 적당히 무시하며 참아낼 수 있는 인내가 생기는 것도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비위를 맞추는 것에서 한발 뒤로 물러날 수 있고 다음 연봉협상을 위해 참으며 웃음을 흘려야 할 이유가 프리랜서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인간관계가 가능한 프리랜서는 정규직에 비해 적당한 거리가 잘 유지되는 편이다. 굳이 마음 맞지 않는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가지지 않아도 상관없고 굳이 시간을 내어 친목도모를 하지 않아도 된다.

프리랜서란 말 그대로 자유롭다. 마음이 자유롭고 시간에 자유롭고 인간관계에 자유롭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다. 정규직에서의 정치질에 지쳐 프리랜서를 선언했던 십여 년 전, 다시는 정규직으로 들어가 칼질에 휘둘리지 않겠다 생각했고 한 번도 그 선택을 후회한 적 없다. 나는 프리랜서가 좋다. 내게 프리랜서로 사는 삶은 자유롭고 또 자유롭다.


다음 편에서...

IT 프리랜서로 살아남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여전히 현역에 남아있다는 것은 지난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겠지. 나름대로 터득한 방법들을 되뇌며 내가 이곳까지 올 수 있었던 버팀목은 무엇이었나 생각해보려 한다.


IT 프리랜서의 삶 

<Chapter 4> 프리랜서의 시선

<Chapter 3>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힘

<Chapter 2> 자유로운 IT 프리랜서의 삶

<Chapter 1> IT 프리랜서의 삶이




매거진의 이전글 <Chapter 1> IT 프리랜서의 삶이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