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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May 31. 2019

남자와 여자의 다른 시선, 그럼에도 함께.

나는 한 번도 고민하지 않고 아저씨라고 부르게 되는 남자 사람 셋과 같은 팀에 있다. 물론 나 역시 누군가 고민하지 않고 아줌마라 불러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여자 사람이다. 나이 든 아줌마여도 나는 여전히 여자다. 


정신없이 바빠 거울을 들여다보지 못하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여유롭게 거울을 봤다. 뭔가 바뀌었다. 아! 어제 미용실을 다녀왔구나. 나조차 변화를 알지 못했고 그 누구도 나에게 달라졌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게 내심 아쉬웠다.


바뀐 거 없냐 묻는 내게 한 명의 남자가 말했다. 어제와 다른 옷을 입은 것 같다고. 그의 답은 어제와 다름을 알아차린 것이 아닌 다를 것이라는 확률적 계산에 따른 말이다. 그는 경험에 의해 여자는 같은 옷을 이틀씩 입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순발력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눈치 백 단 남자의 답이다.


가장 젊은 한 명의 남자는 뭐라도 찾아내야 한다는 의무감, 아내의 질문에 답을 찾아 헤매며 고뇌하는 남편의 표정이다. 아내의 질문에는 언제나 정답이 함께 넘어간다. 분명 답이 있는데 허공으로 떠다니는 답을 찾아 헤매는 초점 잃은 눈동자. 나는 뜬금없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아내의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 여자가 되고 만다.


나이 들어도 관심받고 싶다며 돌아서는 내게 다른 한 명의 남자는 그런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단다. 뭐라고 해줘야 하는 건가? 진심인지 농담인지 헷갈리는 표정이다. 얼굴에 울긋불긋 홍조를 띤 남자는 태어나 처음 보는 낯선 여자를 만나 낯가림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 남자 셋과 함께 일하고 있었지. 잠깐 착각했다.

<여자셋>

그들이 여자 셋이었다면 이미 출근해서 머리가 달라졌음을 눈치챈 한 명이 있었을 테지. 다른 한 명이 왠지 달라 보이더라는 립서비스를 날리며 자기도 알은체를 하겠지. 사실 뭐가 달라졌는지 알지 못했지만 뒤늦게 호들갑을 떨며 분위기를 주도했을테지. 역시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마지막 한 명의 여자도 훨씬 낫다는 멘트를 날리는 입술에 힘을 주며 립스틱 컬러가 바뀐 자신의 변화도 알아봐 달라는 무언의 압박을 날려댔을 것이다. 누군가 본능적으로 너도 오늘 달라 보인다는 서비스 목록의 한 챕터를 꺼내들겠지. 하하하! 호호호! 분위기는 여고시절 동창모임의 웃음처럼 들리지만 돌아서면 무표정하게 거울을 꺼내 들며 자신에게만 집중할 것이다.

<그럼에도 함께>

남자와 여자. 참 다르다. 너무 다르다. 그럼에도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을 보면 서로의 다름이 신기해서인가? 같은 종족은 지루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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