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금이대로 쩡 Jul 15. 2019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자유.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인 조르바>
내가 보고 들은 것을 깡그리 지우고 조르바라는 학교에 들어가 저 위대한 진짜 알파벳을 배울 수 있다면..


카잔차키스와 함께 많은 이들이 조르바를 찬양할 때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했다. 의문은 책을 얼마 넘기지 않고도 쉬이 풀렸다. 나 역시 조르바를 읽으며 점점 그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의 춤사위가 나를 춤추게 할 만큼 자유로웠다. 그의 말에 묘하게 설득당했다. 그의 자유가 나의 자유를 대신하기라도 하듯 책 속에서 자유를 느꼈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을 던져버리고 현실에 충실하게 사는 자유로운 삶. 조르바는 나를 돌아보게 했다.


억압하고 구속하는 나만의 굴레를 벗어버릴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삶은 자신의 정확한 기준으로 살아야 함을 느꼈다. 원하는 것은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조르바를 통해 다짐했다.


자유롭지만 그의 삶에 대한 철학은 견고했다. 거칠고 야생마처럼 보이지만 거친 인생이 아닌 자유로운 인생이기에 그의 철학이 삶을 지배할 수 있었다. 규율과 규칙, 도덕성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삶, 멈추지 않는 열정적인 삶, 지금 행동하는 삶을 사는 조르바에게 작가 카잔차키스도 수많은 독자들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음을 이제야 알았다.


어쩌면 천박해 보일 수도 있는 조르바를 통해 카잔차키스는 인생을 통틀어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으리라. 아름다운 크레타섬 해변에서의 삶은 짧고도 강렬한 단편영화 같은 생활이었다. 신을 부정하고 여자를 갈망하는 원초적인 삶을 사는 조르바였지만 내면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진정한 삶의 사랑꾼이었다.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고, 자신의 삶에 의구심이 들 때, 누군가 앞을 비춰주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카잔차키스에게 조르바는 그런 존재였으리라. 어쩌면 우리에게도 그런 빛을 보여주는 존재일지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삶에 대한 목마름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조르바와 같은 인물이 나타나 주기를 기대한다.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며 바로 지금의 영혼이 가장 숭고하다 생각하는 조르바를 보며 지금 이 순간의 자유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했다. 자유란 방종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억누르는 모든 감정으로부터의 자유, 나를 묶어버리는 자신만의 규율에서의 자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자유다. 나는 조르바를 만나는 매 순간 그런 자유를 느꼈다. 책에서 벗어난 지금도 조르바를 떠올리면 여전히 자유롭다. 그는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앉아 나의 영혼이 자유를 상실했을 때 산투루 춤과 연주로 걱정과 고민의 가지들을 거둬내어 '나만의 자유'를 꺼내 줄 것이다.

<출처, 중앙시사매거진>


매거진의 이전글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강제할 수 있는 범위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