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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Aug 24. 2019

인간 자체가 가상화되기 위한 전초전?

가상은 현실이다.

가상은 현실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게임에 빠져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별하지 못하고 이전 시대와는 다른 종류의 범죄들이 자행되고 있다. 유명한 축구선수 호날두(유명한 배우들도 있다.)는 결혼하지 않고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았다. 출산과 연애의 상대는 다를 수 있다는 책 속의 이야기가 현실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제목에서부터 단호한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다. 이미 인간에 의해 발전된 IT기술이 인간의 세상을 침범한지 오래되었고 그것이 침범인지 진화인지 구별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조금은 비판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IT인으로써 나는, 실랄한 비판이 아닌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인다. 1999년 밀레니엄을 맞이하며 은행거래부터 지하철까지 마비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00년 1월 1일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조용한 휴일이었고 조용한 새해였다. 가상이 점점 현실화 되고 있는 오늘도 아무런 체감 없이 조용히, 조금씩, 우리를 다른 세상으로 인도할 것이다. 변화를 체감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이 현실의 흐름인 것처럼 말이다.


1장. 가상의 삶

- 온라인에서 진짜가 되는 사람들

소셜미디어는 현실의 연장이라기보다 현실의 왜곡이다.(p. 50)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리얼한 사진을 올리는 사람은 몇 없다. 필터를 사용하거나 블러 효과라도 줘야만 자체 검열 통과를 할 수 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단편적인 사진은 늘 웃음이 끊이지 않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다른사람의 댓글로 더 큰 행복과 희열을 느낀다. 관심을 받기 위해 더 발전된 뽀샵, 더 멋진 장소(로 보이는) 사진을 올린다. 그렇게 우리는 현실의 나보다 가상의 나에게 시간을 할애하고 그것이 정말 나인 양 살아가고 있다. 작가가 말하는 세컨라이프, 바로 그것이다.


충격적이었던 현실은, 가상 신분제다.

가상의 자아가 '사회적 신분'뿐 아니라 '경제적 신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중국의 금융회사에서는 소셜미디어의 인맥의 질과 양, 포스팅하는 어휘, 주고받는 문자 메시지의 양과 같은 가상 자아의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출 여부와 금리를 결정하는 신용평가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드러내는 정치 성향, 자주 올리는 식당 사진, 아울러 웹사이트에서 클릭하는 콘텐츠, 브라우징 패턴과 같은 가상 자아의 이동 경로 역시 신용평가 알고리즘 분석을 거치면 재무 상태나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예측하는 정보가 된다. (p. 55)


셀카 이형증(인스타그램이나 스냅챗 필터로 미화된 외모에 맞춰 원래를 외모를 바꾸려는 신체 강박) 또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졌음을 알 수 있다.

이 단어를 처음 만든 성형외과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과거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들은 자신이 닮고 싶은 유명인의 사진을 가져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이나 스냅챗 필터로 변형된 자기 얼굴 사진을 가져온다."(p. 65)

'좋아요' 수치를 통한 계급투쟁, 자유로운 인터넷에서 자신의 사상을 마음껏 펼쳤을 때 만나게 될 사상경찰, 인터넷 중독이 불러오는 과몰입, 반지 워칭과 주의력결핍장애, 인간의 심리를 조작하는 마인드 해킹이 되고 있는 그로스 해킹 마케팅, 거대한 가상 제국이 되어 국영화 움직임마저 보였던 페이스북 등을 볼 때, 실제 국가와 가상의 세계 사이 힘겨루기는 이미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2장. 가상의 뇌

- 로봇은 인간이 되고, 인간은 로봇이 된다.

인공지능은 새로운 전기다. (p. 159)

인류가 생활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버린 전기의 발명은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했다고 하지만 에디슨은 상업적인 발견과 발전을 시킨 사람이다. 태초에 전기는 1831년 페어데이가 전기의 활용 가능성을 증명했다 한다. 이후 전기가 상업적인 기술로 발전되어 사용하게 되면서 인간의 삶이 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경험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 낼 충격 역시 전기만큼이나 크다는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아주 오래전 아는 지인은 굳이 운전면허를 따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기사를 둘 정도로 돈을 벌면 되지 뭣하러 힘들게 직접 운전을 하냐며 늘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타거나 택시를 탔다. 꽤 오래전 일이지만 그분의 말이 잊히지 않았다. 어쩌면 자율주행 차량의 미래를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인간과 대화를 하고, 인간의 말을 듣고 문자로 전환한다. 알파고의 바둑대전 승리는 창의적인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가능했다.

2017년 구글의 딥러닝 알고리즘은 영어에 대한 인간의 음성인식 정확도인 95퍼센트를 달성했다. (p. 162)

아이폰의 페이스 ID,  아마존의 상품 추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뉴스피드,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 등이 모두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으며 이미 인간의 일상적인 선택에 개입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이미 추천 로직에 대한 고민들을 해왔고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서 추천해주고 있다. 구매이력과 터치한 상품들을 기반으로 '구매할 것 같은' 제품을 추천한다. 사용자를 위한 추천은 알고리즘에 의한 개인화가 이루어졌다. 행동 패턴, 아니 마우스 패턴을 모두 알고 있기라도 하듯 원하는 상품을 내미는 것은 모두 알고리즘이다.


알파고의 첫 발자국이 인공지능의 대세를 뒤집었다.

알파고 37수 이후 인간 지능의 신비 역시 사라졌다. 바둑 볼의 모습으로 지구에 첫 발자국을 내디딘 기계 지능은 인류가 지능에 대해 가졌던 생각에 균열을 가한다. (중략) '지능=인간 지능+기계 지능'이라는 새로운 등식이 증명된 것이다.  (p. 180-181)

기계는 스스로 학습을 반복해서 답을 찾게 만드는 딥러닝 기술이 초월적 사고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인간이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의존하게 되며 범죄 패턴도 예측해준다. 특히 사고 실험에 가까운 일이지만 인공지능 후보가 출마하는 사례도 일어나고 있다. 중국의 텍스트 감시, 뉴올리언스의 마약 갱단을 소탕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작전 등이 인공의 뇌의 움직임이다. 특히 카메라 어플리케이션 '스노우'에 사용되는 안면인식 기술은 이미 감시 시스템에 활용되고 있다. 얼굴만 비치면 자동으로 개인 신상 정보가 보인다. 데이터의 축적으로 데이터 신분제가 나타날 수 있으며 모든 인간은 추천 알고리즘에 의존하게 된다.

인공지능은 기술인 동시에 종교다.(p. 283)

어쩌면 작가의 말처럼 의존도가 높은 인공지능은 종교보다 더 높은 신의 경지에 이를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하는 '결정 장애'를 해결하는 가장 큰 도구가 될 테니 말이다. 점심 메뉴도 추천으로, 이미 길 찾기는 모두 구글로 움직이고, 지방 도시 이동은 내비게이션으로, 경조사의 추천 선물도 모두 사람의 의사결정은 없어진 지 오래다. 그의 말대로 데이터의 제물을 통한 신의 선물을 이미 누리고 있음을 알지 못할 뿐이다.



3장. 가상의 돈

- 국가와 결별한 화폐

돈은 본질적으로 '기록'이다. (p. 294)

이장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돈이 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관점의 차이지만 꽤 흥미로운 시선이었다. 한 번도 지배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나의 돈에 대해(많은 것은 아니지만) 국가로부터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종이화폐는 점점 사용성이 떨어지고 있다. 다만 가상의 돈(화폐)이 국가의 지배하에 있느냐 없느냐의 기준에 비춰 비트코인이 가짜라는 딱지를 달게 된 것이다. 돈을 국가가 독점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작가의 의문에 대한 답은 잘 모르겠다. 인공지능이 고민하지 않고 수학을 통해 미래 나의 자산이 국가의 통제로 가는 것과 독립하는 것의 결과를 보여주며 추천 알고리즘을 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답은 모르겠다.


작가의 의도를 보자면 블록체인 기술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탈중앙화 된 방식의 기록 관리 시스템(돈)이라고 했다. 누구의 개입도 없이 자유롭게 실물의 재화든 무형의 서비스든, 의견이든, 아이디어든, 감정이든 가치를 교환하는 원시인 방식에 가장 가까운 방식이라는 것이다. 원시 시대는 중앙 국가의 지배 없이 감자가 화폐가 될 수도 있었고 돌이 화폐가 될 수 있도 있을 만큼 자유로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가 무너지거나 나의 재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관점이다. 진화된 원시, 그것이 과연 자유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베네수엘라 위기로 비트코인이 확산된 것, 글로벌한 디지털 통화인 비트코인이 대안 화폐로 사용되었고 화폐 가치 하락에 위기를 개인 보험의 비트코인으로 바꿔놓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인데 국가의 규제를 벗어나 사유재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효해 보이는 대목이다.


스웨덴은 현금 없는 사회 완성형이라고 할 만큼 1퍼센트의 현금 비율을 보이고 있다. 2016년 덴마크 정부는 동전과 지폐의 생산을 중단했고 2015년 프랑스 정부는 이미 7퍼센트대인 현금 사용률을 낮추기 위해 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스페인, 이스라엘 정부도 특정 금액 이상 거래를 현금 제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것은 정부가 세금을 철저히 관리하고 징수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변화에 사람들은 반감을 가지고 새로운 현금을 찾아 나선다는 것이다. 그럴 때 비트코인은 현금의 대체재이자 추적할 수 없는 돈, 자본주의의 안티터제로 채택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비트코인은 '코드로 짠 자유주의'다.(p. 317)

HTTP 프로토콜, URL 주소 시스템을 개발한 '웹의 아버지' 팀 버너스 리도 블록체인 기반의 개인 데이터의 통제권을 갖는 '솔리드'를 개발하고 있고, 파이어폭스 창시자 브랜든 아이크 역시 탈중앙 인터넷을 기대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중앙화에서 벗어나는 갈등의 축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 가상은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에필로그

가장 마지막까지 가상화되지 않고 실재의 여분으로 남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신체일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어느 시점에 신체와 정신이 분리 가능해지고, 정신을 클라우드 위로 업로드할 수 있게 된다면, 오늘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아'나 '삶'이 가상화되는 수준을 넘어 인간 자체가 가상화될 것이다. 현실에서 인간의 숨소리를 사라지고 지구는 텅 빈 공간이 될 것이다. 그때 정신은 칩에 저장되거나 액체화된 상태로 보존될 수도 있다. 오늘날은 먼 미래에서 꾸고 있는 꿈인지도 모른다. 가상은 현실이다. (p. 338)


에필로그에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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