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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May 09. 2018

존재하는 것은 형성되는 과정

존재하는 것 자체가 과정이므로 현재는 과정일 뿐이라는 의미다.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6-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 씨>는 시즌제로 방송될 정도로 10여 년 동안이나 인기를 끌었다. 대단한 톱배우가 나오는 것도, 흔히들 좋아하는 멋진 남자 주인공이 가난한 여자를 구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과정을 현실처럼 그려 인기를 얻었다.      

     

주인공 영애는 결혼 못한 싱글로 나오며 애간장을 태우다 무려 시즌 16이 되어서야 결혼을 했다. 그녀의 결혼이 매 시즌마다 화제가 되었지만 사실 일상이 더 큰 화제인 영애 씨다. 회사에서 무시당하는 디자이너 영애 씨, 궂은일 도맡아 하다 다치고 상처받는 영애 씨, 퇴사하고 회사 차려 부모님 집에 얹혀살며 구박받는 영애 씨, 무거운 짐을 들고 버스 타며 애잔한 영애 씨일 뿐이다.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3-

영애 씨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아간다.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자신을 자책한다. 다음날은 좋은 성과를 받기 위해 상사의 업무 지시에 열심히 따른다. 연인에게 거부당하고 상처받고 힘겨워한다. 또 다른 사랑이 오지 않을까 두려워하지만 생각지 못한 순간에 다른 사랑은 찾아온다.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랑에 빠져 행복하다. 가족과 다투지만 결국 다시 돌아가 사랑을 확인하고 함께 산다. 친구와 감정싸움을 하다 돌아서지만 다시 만나 화해하며 산다. 

 우리는 다 그렇게 살아간다.       

   

바바로 홀(Barbara Holly)은 “당신이 인생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잊지 마라. 지금까지 당신이 만들어 온 의식적 그리고 무의식적 선택으로 인해 지금의 당신이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상처주는 사람이 있을 때 역시 똑같다. 아무리 상대가 상처 주는 말을 해도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다. 연인에게 상처받았다 해도 거부당한 지금은 이미 과거의 일이며 연인 또한 과거의 사람이다. 옛사랑의 추억으로 흘려보내면 그만이다. 사는 건 다 그렇다. 잊고 잊히고 다시 기억하며 산다. 그 중심에 선 자신만 흔들리지 않으면 된다. 그 중심에 선 자신만 흔들리지 않으면 된다.   

         

작은 상처를 그때그때 소독하지 않으면 큰 상처가 되어 결국 대형 병원을 찾아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대형 병원의 대기표를 받아 기다리고, 의사를 만나 상담하고, 약국에 들러 약을 받아 와 일상으로 복귀하기에 삶은 너무 바쁘다. 상처가 날 때마다 매번 대형 병원을 찾는 수고로움을 가질 수 없지 않은가. 그러니 일상에서 받은 작은 상처는 커지지 않도록 자신이 소독하고 돌보며 살아가야 한다. 흔들리지 않는 자신을 가지면 스스로 고치며 살아갈 수 있다. 의연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를 가지면 상처의 크기는 스스로 조절 할 수 있게 된다.      


2015년 3월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사건이 있었다. 얼굴과 왼쪽 손목에 큰 흉터를 얻을 정도로 놀랐을 그의 의연한 반응에 다들 놀랐다. 피습 직후 SNS를 통해 ‘같이 갑시다’ 라며 한미를 동시에 끌어안는 메시지를 올려 본인은 평소와 다르지 않음을 알렸다. 그의 이런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세준 아빠 힘내라.”(한국에서 낳은 아들의 이름을 세준으로 지었다.)는 응원했다. 지나치지 않게 받아들이는 그의 의연한 마음에 대한 지지였으리라.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OM, FRS)는 근대 철학에서 사물의 존재를 형성 과정으로 보는 과정 철학’을 이야기했다.     

     

‘존재(being)하는 것은 형성(becoming)되는 과정’     

      

존재하는 것 자체가 과정이므로 현재는 과정일 뿐이라는 의미다. 지금 살고 있는 오늘 하루도 삶의 과정이며 일부분이다. 그러니 과정을 잘 받아들이고 살아가면 된다. 누군가의 삶도 과정일 뿐이니 비난하지 말고, 자신의 삶도 과정일 뿐이니 소중히 받아들이며 그것을 살아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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