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엄마

등 좀 긁어줘봐

by 김춘삼

하루를 돌아보며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웠을 때였다.

그날 엄마 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갖가지 반찬을 잔뜩 해서 한 상 차려주고는 남은 음식은 반찬통에 싸주었다.

밥을 먹으며 느꼈다. 그래 내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자랐었구나.


감자조림은 삶은 감자를 적당한 크기로 으깨서 간간한 간장 베이스 양념이 잘 베여 있었고 우리 남편이 좋아하는 엄마표 김치전은 여전히 매콤 상큼하고 완벽한 찰기로 부쳐져 있었다. 메추리알 조림도 그리고 파래무침도 훌륭하다. 김치는 다 떨어진 지 어떻게 알고서 싸주겠다 말을 꺼낸다.


평생 음식 한 번 해보고 살지 않았던 내가 결혼 후 쉬운 음식 한 두 가지를 시작으로 이젠 제법 몇 가지 밑반찬과 찌개를 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레시피를 베껴 만든 음식들은 실패가 없었다. 때때로 단맛과 짠맛을 조절하는 재간만 부렸을 뿐이었다. 우리 남편은 맛있다며 참 잘 먹는다. 음식을 크게 가리지 않아서 일까. 어쩌면 내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컸기에 내 혀가 좋은 맛을 파악하는데 능숙해서 간을 잘 보기 때문인지 모른다.


우리 엄마는 애정표현은 하지 않는 사람이다. 다정하지 않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엄마를 종종 떠올리면 무심한 듯 내게 툭툭 내비쳤던 작은 관심들이 보인다. 어릴 때 나는 배가 자주 아팠어서 엄마가 문질러 줬었다. 그 손길은 섬세함 없이 거칠기만 했었다. 내가 그만 됐어- 라고 할 때까지 인내심 있게 문질러 줬던 그 손길이 왜 지금 생각나는 것일까.


우리 엄마는 등도 잘 긁어줬다. 긁어주는 솜씨가 아주 좋다. 어 가까워, 조금만 밑에, 바로 거기야!를 외치면 그 부근을 벅벅 문대준다. 그렇게 자주 전율을 느끼며 감탄했다. 엄마가 귀찮아져서 내 등을 밀쳐낼 때까지 가만히 느끼며 즐겼었다.


오늘따라 등이 참 간지럽네..

돌아갈 수 없는, 딱히 돌아가고 싶지 않은 어린시절이 그리워지자 옆에서 잠든 남편 모르게 끅끅 한참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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