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지갑에 주황색 신용카드 자리가 비어있다. 분명히 한살림에서 오른손으로 카드기에 꽂고 결제했는데 그 후에 기억이 사라졌다. 매장에 전화해보니 없다고 한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청바지 주머니 두 손 넣어보고 지갑 카드 다 뺏는데 없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급하게 카드사로 전화해보니 재발급 신청기간 5일 걸린다고 한다. 통화 종료 후 일상의 내 모습을 떠올려본다. 108배, 명상, 직장 , 육아, 집안일, 클래스팅 , 이알림 보기 , 준비물, 가정통신문 싸인 등... 기억이 사라졌다는 건 스트레스받고 있다는 거다. 수많은 일 해내고 있다는게 놀랍다. 엄마로써, 직장인로써, 학부모로써 ,정신없이 달리던 시간을 잠시 멈춰야 한다.
아침시간 풍경을 멀리서 바라본다. 잠을 자고 있는 8살 아들 깨우고 밥 먹으라고 숟가락을 들고 있다. 옷을 챙겨 입히고 손을 잡고 학교 등교시킨다. 퇴근 후 저녁식사 준비하고 방청소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 바쁘게 움직인 몸과 마음 '쉼'글자가 떠나지 않는다. 움직이고 있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럴 때 잠시 멈추고 , 나만의 시간을 작은 선물 해줘야 한다. 여러 가지 있지만 요즘에 드라마 시청이다. 다른 사람들은 고작 선물이 드라마 시청이라고 할 수도 있다. 고작이라고?? 시간은 가장 큰 선물이다.
저녁 식사를 마친 설거지 끝날 때쯤 8살 아들이 옆으로 다가와서 귓속말을 한다. [ 스물다섯, 스물하나 ]드라마 보자고 말한다. 잠을 자야 하는데... 미소를 짓고 "잠깐만 봐야지 " 말한다. 드라마 보기 전 8시를 짧은바늘이 12시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기분은 좋다.
좋은 이유는 여러가지 있다.그중 한가지는 몇 년 전까지 아이들이 어려서 드라마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자라서 드라마 볼 수 있는 날이 오다니 꿈만 같다.. 아이들과 드라마 함께 보고 웃으면서 보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물론 내일 아침 늦잠 잠자는 아이들 깨우는 일상이다.
몸의 신호를 보낼 때 무시하면 안 된다. 잠시 멈추고 신호를 받아들여야 한다. 신호에 감사하며 바쁘게 움직였던 나에게 작은 선물 해줘야한다. 가장 소중한 하나 뿐인 나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