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때 땅에 있던 나뭇가지를 주어서 엄마 얼굴 그리기 시작했다.벽에 분필로 엄마 얼굴 그렸다. 옆에 없는 엄마가내 머리카락을 귀로 넘겨주면서 다정하게 바라보는 듯했다. 친정할머니에게 맡겨지고 매일 눈을 뜨면 대문을 본다. 혹시 엄마가 오지 않을까? 그리운 마음을 나뭇가지를 들고 다시 그린다.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다. 집은 공포였다. 엄마가 찾아 가다가 삼촌에게 걸렸다. 우는 나를 끌고 가서 부엌에서 빗자루로 온몸을 멍이 들었다.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건 그림뿐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눈빛. 쯧쯧쯧 소리가벗어나고 싶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엄마가 왔다. 서울에서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나무 사이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담임 선생님께 " 미술학원 다녔니? 잘 그리네.." "아니요 " 스케치북 전체를 회색 붓으로 칠했다. 만약에 지금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따뜻하게 말씀해 주신 선생님께 힘든 상황을 말하면서 도와달라고 말하고 싶다.. 아님 계속해서 그림 그릴꺼야. 아참 잊고 있었는데 어린 시절 꿈이 화가였어..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어. 그동안 잊고 지냈는데 말이지.
그림은 그려야지 하다가 37살이 되었어.. 그러다우연히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지.. 동네 도서관에 인문학수업을 갔는데 선생님 한분이 다음날 그림수업에 오라고 하셨어. 그래서 냉큼 바로 달려갔지. 그런데 막상 하얀 도화지를 보니깐 그림을 그릴 수가 없었어.. 생각과 감정이 뒤엉켜서 말이지. 떨리는 손을 하얀 도화지 그리기 시작했지. 머릿속에서 '잘 그려야지.. 잘해야지' 욕심을 내는 목소리가 서서히 들려왔어.
그때 "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성하는 게 중요해요 "선생님 목소리가 들렸어. 결국 그림을 그리다가 포기했지. 포기한 스케치북 넘기고 다음장 다시 그리기 시작했어. 마음을 비우고 완성하는데 목적을 두면서 말이지. 하루 이틀... 시간이 가면서 완성이 되었어. 짜잔. 그림을 다시 보니깐 그때 일어났던 일, 느낌, 감정, 공기, 분위기등.. 모든 게 생각이 나. 참 신기하지? 완성된 그림을 보고 있을 때였어. " "여진 씨 매일 5분 그림 그리기 해보는 거 어때요?" 선생님께서 다시 말씀하셨어. 난 그 말 듣고 고개를 갸웅뚱 했지. '짧은 5분 시간 동안 과연 그림이 완성할 수 있을까? ' "네. 알겠어요"매일 잠들기 전 5분씩 그림 그리기 시작했어. 잠들기 전 아이들 머리를 드라이로 말려주고 나서. 화장실 앞에 널브러져 있는 옷들 정리 후, 남편이 빨리 자라.. 잔소리할 때 방문을 닫고 나서 , 등.. 그림을 그렸어. 짧은 시간이지만 시간을 내는 게 어려웠어. 그림은 책상 위에 올려두었어. 집안일하다가 보고 빨래 널고 보고 화장실 들렸다가 보고.. 그럴 때마다 그림이 다르게 보였어. 선생님께서 "그림은 지금 볼 때랑 화장실 갔다 와서 볼 때랑 매번 다르게 보여요.. 한번 경험해 보면 좋아요 "경험을 하면서 이해가 되었지. 선을 그리면서. 다음날 선이 달라져 보여.. 그림 속에서 뭉쳐진 덩어리가 반죽을 매일 5분씩 모양을 잡아주는 느낌이라고 할까? 계속하다 보면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그림이 좋아지기 시작해. 지금 생각해 보니 완벽주의자성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 예전 난 선하나에도 몇 시간째 낑낑대고.. 집착했거든.. 이제는 그냥 무작정 그려. 선이 맘에 들지 않는다 해도 일단 그려. 다음에 그릴 때 지우개 쓰윽 지우면 되니깐.. 머릿속이 비워지고 마음이 편안해져.. 5분이라는 짧은 시간은 신기한 마법 세계인 거 같아. 행복한 감정은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계속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