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비둘기가 날아오더니 금색 초대장을 내려놓는다. [100일 동안 원하는 사람으로 살 수 있습니다. 단 , 100일 지나면 그 사람과 현재 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 적혀있었다. 100일 동안 누가 되어볼까? 이효리, 은유작가, 소크라테스 , 고흐 , 도라에몽..... 3일 고민하다가 결정을 했다. 초대장을 양손을 펼치고 되고 싶은 사람을 말했다. 몸이 하늘 높이 올라가더니 구름사이 무지개색 빛으로 바뀌었다. 몸이 아래로 내려간다.. 바다 위에 작은 섬이 보인다. 섬에서 초록색 작은 집 하나가 보인다. 집이 가까워질수록 어른이었던 몸은 4살 여자아이가 되었다. 땅에 도착해서 볼을 몇 번이나 꼬집어 보는데 아프다.
어린 시절 4살이 오게 되었다. 문을 열고 따뜻한 온돌방으로 들어가서 이불아래 손을 넣었다. 작은 문을 열어보니 부엌이었다. 엄마는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계셨다. 그러다가 등에 업힌 동생의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린다. 내 이름을 부르시더니 해맑게 웃으신다. 한 번도 엄마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이 시간 속에서 엄마는 잘 웃고 다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엄마를 따라서 웃는다. 굵은 남자목소리가 들리더니 방문이 열렸다. 180cm 마른 몸의 남자는 두 팔을 벌린다. 매일 보고 싶고 싶어서 기도해도 만날 수 없는 아빠였다. 그런 아빠가 눈앞에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난 두 팔을 벌려서 와락 안겼다.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아빠. 사랑해. 보고 싶었어.. ""아빠도.. 우리 공주님 사랑해." 고사리 같은 손은 아빠 얼굴 만져보고 손의 향기도 맡아보고.. 옷자라를 잡고 따라다닌다.'아빠의 향기 좋다. 이런 향기였구나.' "아빠가 말 태워줄까 " 엎드린 자세를 위에 나는 올라가서 "이랴~~ 이랴~~"한다. 상상 속에 했던 모습을 실제로 하니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크레파스를 주섬주섬 꺼내서 아빠의 얼굴 그린다. 초등학교 아빠의 크레파스 노래가 나오면 다른 친구들은 즐겁게 불렀지만 고개를 숙이면서 불렀다. 왜냐하면 아빠의 목소리, 얼굴, 손도.. 아빠의 모습은 하얀 백지였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아빠를 그림으로 그려본다.. 아빠 얼굴. 목소리 손. 피부 다 느낄 수 있다. 아빠의 정수리 머리냄새도 꽃향기가 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킁킁 발냄새도 맡아본다. 스케치북에 100일 아빠와 하고 싶은 일 그림으로 그려본다... 아빠에게 밥 먹여달라고 하기 , 무릎 안에서 밥 먹기 , 손잡기, 동요 함께 부르기 , 안아주기, 사랑한다고 말하기, 가족사진 찍기, 엄마와 연애시절 이야기 들려달라고 조르기, 소풍 가기 , 자전거 타기 , 놀이하기 등..이다. 아빠의 추억이 하나 둘. 셋 채워진다. 가족들의 추억이 배고팠는데 이제 배부르다. 이제. 시간이 다 되었다. 내일이 마지막 날 결정을 해야 한다. 그대로 있을 것인가? 마흔한 살로 갈 것인가?
마흔한 살에 나이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주위에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가족들. 오물오물 밥을 먹는 아이들..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낙엽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