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호떡

by 감사렌즈


"엄마 호떡 만들면 안 돼요?"


11살 아들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나도 모르게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과거 아이들이 방바닥 밀가루 휩쓸고 다녔던 기억, 떡을 만든다고 해서 떡반죽이 찜통에 찰싹 붙어서 떨어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남편의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렸다.



"좋아 . 만들어보자."

난 눈을 휘둥그레져서 남편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저녁 구입한 찰쌀 호떡 가루를 서랍장에 두었다.


다음 날 아침 8살 아들은 이불속에서 나오자마자 잠을 자고 있는 아빠를 깨운다.


"아빠 언제 호떡 만들 거예요?"

손으로 졸린 눈을 비비는 아빠를 빨리 만들자고 한다. "밥 먹고 만들자."두 아들은 밥을 빛의 속도로 먹고 호떡가루 봉지를 꺼내서 머리를 맞대고 설명서 읽는다.


원형스테테인스에 가루와 뜨거운 물 붓는다. 손반죽 하고 랩으로 싸고 1시간 정도 이불속에서 숙성을 시킨다. 두아들은 숙성되는 지 몇 번씩 살펴본다.


티티티~~~ 타이머가 울렸다. 환호성을 부르며 품에 안고서 조심스레 나온다. 프라이팬 위에 지글지글 소리에 아이들의 눈은 초롱초롱하다.



부풀어진 호떡을 꾹꾹 숟가락으로 누른다.. 20년 전 남편과 데이트할 때 생각난다. 인사동에서 한 시간넘게 줄을 서서 먹었던 호떡 기억이 생각났다. 한입 먹었을 때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남편이 호떡을 내민다. 호떡을 먹는 순간 " 찰쌀이라서 더 맛있다. "


내 인생에서 호떡 1위 인사동이었는데... 이젠 가족과 함께 만든 호떡으로 바뀌었다. 뜨거워서 호호 불어가며 먹는 아이들이 표정, 8살 아들 자리에벌떡 일어나 춤을 추더니 양손으로 엄지척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쳐있는 나를 일으켜주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