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날도 있어야 하리
떨리는 날도 있어야 하리
그래, 꽃피는 날이 오리니.
걷는 독서 -박노해
째깍! 째깍! 초가 잠시 멈춘 자리에 꽃이 피어나다. 창 넘어온 햇살이 그늘진 얼굴을 비추니 여유가 찾아와서 하늘 높이 기지개를 켜고 아침을 시작한다.
어제까지 해도.. 입에 빵을 물고 아이들 옷을 챙기며 "빨리해 늦었어.." 재촉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학교를 보냈다.
아침 8살 아들의 고사리 손을 잡고 등굣길 걸어간다. 빠르게 달리면 지나쳤던 주변 풍경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앞장서서 씩씩하게 걸어가는 아들이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너무 좋다. "
퇴사 후 아이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날 손꼽아 기다렸는데 드디어.. 이루어졌다. 전업맘일 때 불평, 불만으로 쌓여가면서 워킹맘이 부러웠다. 막상 워킹맘이 되니 아침마다 뒤통수를 잡아가며 출근했다. 아이도 스트레스받아서 그런지 복통으로 일주일 두 번 정도 학교를 가지 못했다. 그런 아들이 걱정하며 일할 수 없는 현실앞에서 눈물 닦으면서 버텼다. 참 고생 많았다고 자신을 토닥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들의 복통도 줄어들고.. 전업맘이 된 매일 하루고 소중하다는 걸 알아간다. 교문 앞에서 " 잘 갔다 와 " 엄마 다녀올게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 인사하는 순간 수많은 꽃이 피어난다. 한참 동안 아들의 교실로 향해 걸어가는 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