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막이로 가려진 안경은 없나? 마트를 가려고 하면 간판으로 시선이 걸어간다. 한의원, 약국, 파리바게트, 안경점, 부동산, 수선집.. 글자체 색상 느낌 등.. 본다. 저마다 간판의 얼굴이 있다. 시선을 따라가면 과거 와 현재 간판을 비교하면서 본다. 2004년도 대학시절에 멈춘다. 과사무실에서 일할 때였다. 여자교수님께서 하신 말이 어제일 처럼 귀가에 생생하게 들려온다. "우리나라는 왜 간판이 통일하지 않는 걸까? 왜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거지? " 그 말 공감했다. 간판을 볼 때마다 뒤죽박죽 간판을 보면 불편했다. 간판 색, 글자체, 간격 등.. 통일시키면 보는 사람들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10년 후 교수님 말씀처럼 간판은 정리정돈이 되었다. 그런데 왜 불편한 걸까? 일정한 간격으로 정리가 되어있는데 뭐가 하나 빠진 거 같다.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언제부터가 그 안에 그림이 채워졌다. 그림보다 옛것이 그리워진다. 옛날 그 시절 개성이 넘치던 간판이 그리워진다. 왜 나는 옛 간판이 그리워지는 걸까? 공간이 사라졌다. 남편과 함께 데이트 한 공간들이 사라졌다. 떡삼시대, 찜닭등.. 추억에 장소들이 찾아갔는데 다른 가게로 바뀌었다. 공간이 사라지니 내 시간이 사라진 듯 하다. 떡삼시대에 좋아하던 친구들 한 명 두 명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웃으면서 술잔을 부딪쳤다. 그 장소가 사라졌다. 종로에서 그림간판을 보면서 혼자 키득키득 웃었다. 과거의 향수를 느끼고 볼 수 있다는 기쁨이었다. 느린 속도 그리던 종로 그림간판도 이제는 볼 수 없다. 그래서 예전 그대로 과거 시간이 멈춰진 장소를 찾아가는지 모르겠다. " 와 지금도 있다."3년 전 나와 지금 내가 공존하는 감정을 느낀다. 그 공간에 첫째 아들과 함께 가고 2년 후 둘째 아들 데리고 간다. 그런 공간은 서울랜드, 에버랜드이다. 놀이공간은 내 어린 시절도 있고 남편과 연애시절, 아이들과 함께 시간들이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