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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사렌즈 Jun 02. 2023

사람은 단순하다.


 또르륵.. 똑! 똑!.. 모래 위에 물방울 떨어진다. 10초 안 되는 소리 집중해서 들었다. 똑똑!! 소리가 불 꺼진 닫힌 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들렸다. 하루종일 바쁘게 움직이던 시간  똑똑!   불이 켜진다. 누군가 나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놀이치료 선생님 시선에 모래 위에 물을 떨어트리면서 기분 좋아하는 아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들의 이렇게 까지   바라보던 시간이 없었다. 까르륵  웃는 아들 보고있으니 미소를 짓게 한다.


"또르륵 소리가 새롭고 재미있다. "


제삼자가 바라보는 창에 내 거울을 비춘다. '내가 지금 모래놀이를 재미있어하네 '놀이치료선생님 말을 듣고 순간 놀랐다. 어떤 표정을 하는지? 좋아하는지? 재미있어하는지?  행복해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를 바라보는 사람의 언어로 내 창을 비추고 알아가는 순간 짜릿하다. 그동안 알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선생님과 아들 행동을 관찰한다.


 "여기에 물 부으면 돼.. 이 정도.. 어는 정도? 이 위치?"


대화란 주고받고 해야 한다. 아들과 나에 대화는 어떤 대화였지? 시간에 쫓기다 보니 (귀찮다.바쁘다.)던져주는 대화였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보다 관심이 부족했다.


주부로 살아가다 보면 챙겨야 할 것들이 덕지덕지 붙여져 있다. 선생님 말투와 대화를 관찰하다 보니 존중받는 느낌이다. 아이들에게 내 뜻대로 따라주기 바라는 지시형 , 명령, 캐묻기형.... 이별하도록 다짐 해본다. 대화를 보는 것만으로 문제점을 찾고 개선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몰려온다. 처음엄마가 되어서 서툰 건 당연하다.  아이만큼은 물려주지 말아야지 했지만.. 유난히 싫어했던 엄마 모습이 비칠 때 감추고 싶었다. 나는 왜 이럴까? 왜 이렇게 찌질이고 못났을까?.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 따뜻한 대화 경험이 없었다.


바쁜 엄마를 그림자를 보면서 이해야지 하지만 한편으로 외로움이 자라났다. 슬플 때도 아플 때 웃었다. 모든 감정을 억누르면서 자랐다. 솔직한 감정을 표현한다는 게 죄처럼 느꼈다. 솔직한 감정을 말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버림받을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착한 아이가 되려고 말 잘 듣고 조용한 아이로 자랐다.


"사람은 단순해요 "


선생님 말이 귀가 맴돈다.. 사람은 단순하다. 내 존재는 과거의 시간, 환경, 사람으로 생성이 되었다. 과거의 나와 현재 나는 지금 나로 만들어지는 거겠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나를 비쳐줘야 하는지? 앞으로 시간을 어떻게 채워가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말이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물길 흘러가도록  나부터 바꿔야 겠다. 내가 먼저 채워지고 아이들. 남편. 친구들.. 이웃.. 흐를 수 있도록 ...




© ronymichaud,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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