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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숨겨진 과거를 알다.

by 감사렌즈

작년 1월 미술심리상담수업을 듣게 되었다. 첫 수업날 둘째 아들이 배가 아파서 학교도 못 가는 상황이라서 긴장이 되었다. 줌으로 선생님들 만나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하우스. 나무, 사람을 그려보라고 하셨다.


" 자유롭게 그려보세요 ~"


첫 번째 집을 머릿속에 비우고 손이 그려지는 데로 그렸다. 집을 그리고 마루에 밥상을 그렸다. 그려진 그림을 하나씩 설명을 해주시는데 "밥에 의미는 생명에 위협입니다" 말에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았을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림 속에서 무의 속에 기억이 그려지는 신기했다. 집을 그리면서 나도 모르게 엄마가 떠나던 그날.. 떠오르면서.. 할아버지가 밥상을 걷어차고.. 폭력이 있었던 어두웠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손으로 밥상이 그려졌다. 내 기억이지만 마치 내가 아닌 것처럼 살아왔는데 그림에서 알게 되니 과거 인정하게 되면서.. 장면 하나하나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림으로 기억을 정리할 수 있어서 고맙고 감사했다. 그동안 외면하고 피하기만 했던 기억을 하나하나씩 꺼내서 글로 감정을 정리했다.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고 편안했다. 원망. 미움. 공포. 등.. 눈물로 씻겨져 내려가면서 우리 가족들이 힘든 시간을 잘 버티고 살아와줘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엄마와 함께 산에 올라갔을 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 어린 시절 왜 나만 데리고 오고 남동생은 데리고 오지 않았어? 엄마 " 난 계속해서 남동생을 볼 때마다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런 환경 속에 남동생이 남겨지고 나만 엄마 곁에 살았기 때문이다.

" 26살 나이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고. 아무리 힘들어도 동생을 데리고 와야 했는데..."


고개를 숙이시는 엄마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부모의 마음이 되니 그 당시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엄마의 잘못은 아니었다. 엄마는 그 상황에 최선을 다하셨다. 상황이 나쁜 거다. 우리가족이 앞으로 행복한 날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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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rienolichon,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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