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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쓸데없는 일에 힘을 빼앗긴다.

by 감사렌즈

" 등뒤에서 힐끔힐끔 쳐다봐요.

껄떡거리지 말고 ~관심 끄고 갈 길 가요 ~."


아무 말이 할 수 없어 얼음이 되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발리여행을 다녀온 동기에게 가려고 하다가 한소리를 들었다. 순간 기분이 나빴지만 나를 돌아보았다. 모니터를 힐끔힐끔 쳐다본 적이 있는가? 바로 내 앞자리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보고 싶지 않아도 보였다. 그게 잘못인가.. 보이는 걸 어쩌라는 건가? 방금까지 기분이 좋았는데 유쾌하지 않은 말 듣고 나서 기분이 가라앉는다.


앉아서 말이 머릿속에서 되새김질한다. 동기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지 다른 사람보다 관심도가 높다. 그래서 내 작업에 집중해야 하는데 .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동기들과 대화를 하고 싶다.


아들이 이런 말 했었다. "엄마 손 꼭 잡아요. 우리 롯데월드 가야 하는 거 알죠.~"가는 길 눈부신 매장들이 많아서 예상한 아들이 갈길 가자고 했다. 호기심버튼 끄기, 관심버튼 끄기 하면서 줄이면서 무관심이 능력을 기르는 중이다. 몸이 꿈틀거릴 때 "가만히 있어. 네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다 알아서 하니깐 관심 꺼. 너만 잘하면 돼." 하면서 진정을 시킨다. 진정을 시키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서 덩그러니 누워있는데 퇴근하고 온 남편하고 눈이 마주쳤다.


" 집이 왜 이러는 거야? " 난 눈치를 살피면서 아이들에게 옷정리해라.. 할 일 하라고 큰소리 말한다.


" 오늘 상황이 바빴어. 어쩔 수 없었어."

" 애들아 말 좀 해줘.. 엄마 상황을 ~~~ 아이들 줄넘기 다녀오고 시장보고 ~~"


남편이 단칼에 말했다.

" 제발 탓 좀 하지 마. 환경 탓. 사람 탓.. 다 이유가 있지 "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이 틀린 말은 아닌데 얄밉다. 너무 정확하게 내 문제를 시침핀으로 꽂았다. 어쩜 문제를 알려주지.. 아프다. 알고 있지만 고쳐지지 않는다.


난 다른 사람보다 무의식 흐름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안개에 뒤덮인 무의식 세계 빠져있을 때 남편이 말 한마디 정신을 차리고 현실로 돌아온다. 나는 늘 말한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육아를 하다 보면 시간과 힘이 터무니없이 부족해. "

그런 점을 반박하면 말해주는 게 남편이다. "제발 핑계 대지 말고 하다 보면 된다고... " 1절~4절 남편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저놈의 잔소리 내가 고칠 말테다.. 두고 봐라.. 했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세네카말했다. "삶이 짧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시간을 낭비한다고..."


호기심인간 나로 썬 머릿속으로 이해하는데 현실은 어렵다. 늘 쓸데없는 일에 힘을 빼앗기면서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 해야 하는 일 뒤로 미루고 스마트폰 세계 빠져서 헤엄을 치면서 즐기고 있다. 아이들에게 그만해하면서 그러지 못하는 나.. 어쩌면 좋을까?

© danielmingookkim,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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