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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사렌즈 Aug 20. 2023

응급실

내 주변의 모든 것이 감사하다.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창세기 2장 23절 ]


간호사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죠."

나 : "순서에 맞혀서 부르니깐 조금 기다려주세요."

 간호사: "보호자 1명만 들어갈 수 있어요." 남편은 첫째 아들과 차에 있기로 했고 응급실은 내가 들어가기로 했다. 수납, 진료 (?)에서 접수를 하는데 심장이 쿵쾅 떨린다. '침착하자. 그만 좀 심장아. 집중을 할 수 없어.' 심호흡을 하면서 호흡에 집중하면서 정신력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접수 후 응급실 문을 열었다. 빠르게 움직이지만 차분한 분위기에서 간호사분은 움직인다.


간호사 : "대기자님이 많아서 최소 1시간 이상 시간이 걸릴 수 있어요. 저기로 앉아계시면 됩니다." 말하는 곳으로 시선을 따라가니 응급실 대기자실이었다. 대기자분 보고 뒷걸음치다가  정신 차리면서 심호흡했다. 2인용 의자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눠져 있다. 꽉 채워진 대기자들 보면서 마구 심장이 흔들렸고 빨리 이곳을 빠져나고 싶었다. 맨 앞자리에 4살 남자아들이 이마가 다쳤다. '머리가 다치면 큰일인데. 걱정이 된다. ' 옆칸으로 6살 남자아들이 팔이 골절이 되어서 아프다고 울고 있다. 뒷좌석에서 여성분이 마스크 쓴 곳에 턱 부분이 다쳤다. 하얀 crocs 앞부분에 피가 묻어있다. 피는 그 현장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였다. 숨이 막히고 불안감이 몰려왔다. 여자뒷좌석에서 얼굴이 붕대를 감고 있는 남자분이다. 얼굴이 찰흙으로 빗어놓은 듯 형체 알 수 없이 부었다.'어머 어떻게 .. 많이 다치셨네.'보는 내내 심장이 떨려서 안 보이도록 고개를 돌렸다. 간호사님이 오시고 남자분이 오셔서 응급실 영상실로 따라갔다.

의사 :  "일어나서 찍기는 어려우니 누워서 찍어야겠네요. 어머님은 저기 문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나 :  "...." 한뻠정도 되는 칸에 들어가서 기다렸다.

아들 : "그만하면 안 돼요.. 아파요.. 아 ~~ 엄마 ~~~ 엉엉 "" 멋지다. 잘하고 있어. 정말 멋지다."


찰칵찰칵 소리가 들린다. 아들이 우는 목소리를 들리니 마음이 찢어진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게.. 괴롭다. 일상생활에 귀찮아했던 내 모습에 반성하게 된다.  해줄 수 있어서, 도와줄 수 있어서. 챙겨줄 수 있다니.. 감사한 일이었다. 왜 그전에 귀찮다고 생각했을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영상 찍은 아들을 안아주었다.

나 : "찍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잘 참고 잘했다. 멋지다. 잘했어." 아들 토닥이면서 대기실에 가서 앉아있었다.

휘청거리는 여자분이 지탱하는 남자분이 보인다. '술을 마시다가 다치셨나.. 도대체 무슨 일까?' 병원침대 누워있는 환자실이었다. 두 분은 부부로 보였다. 그때 의사분이 오셔서 부부에게 무슨 말씀하고 나서 여자는 가슴을 치면서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보는 내내 가슴이 미어지고 아팠다. 가족 중 한 분이 다친 거 같다. 자식은 아니겠지? 가족이 아프다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다. 아들이 깁스를 하고 응급실로 나왔다. 가슴을 치던 여자분은 문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울고 있다.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파서 긴 한숨을 내셨다.


응급실 다녀온 후 내 주변의 모든 것이 감사했다. 일상이 기적이라는 걸 알았다. 움직이고 숨을 쉰다는 감사한 일이다. 병원 다녀오고 나서 모든 것이 기적이고 당연한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 elmaurer,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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