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 대신 걸음을 택하다

by 감사렌즈

공부는 늘 어려웠다.
특히 마흔을 넘긴 나이에 처음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버거운 도전이었다. 외운 문제도 돌아서면 잊혔고, 문제를 보면 머릿속이 하얘졌다. 사지선다도 아닌 논술형 문제라는 사실에 더 좌절감을 느꼈다.

어느 날은 “이건 나랑 안 맞아”라는 핑계를 대며 책을 덮었고, 또 다른 날은 유튜브를 몇 시간 보다가 “이 시간에 세 문제라도 외울 걸...” 자책하며 하루를 흘려보냈다. 시험날이 다가오면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밤을 거의 새다시피 하고 시험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시험지는 예상 밖이었다. 한 번 나올까 말까 했던 생소한 문제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동안 익혀둔 빈출 문제는 단 하나도 없었다. ‘망쳤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모르는 문제는 기억나는 대로 글짓기를 하듯 적어냈다. 시험장을 나서며 배신감이 밀려왔다. 왜 하필 내가 시험을 본 날에 이런 문제가 나온 걸까. 세상은 참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며칠 뒤, 왼발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한 피로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열감이 심해졌고, 병원에서는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렇게까지 공부를 무리했나’, ‘몸이 보내던 신호를 무시했구나’라는 자책이 따라왔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자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그래, 아플 수도 있지. 쉬어도 괜찮아.” 스스로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시험도, 공부도, 일도, 심지어 아이들과 말 한 마디 나누는 것도 버거웠다. 그저 침대에 누워 하루를 흘려보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건강했을 때의 내가 얼마나 감사했는지, 힘들게 공부했던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그때 깨달았다. 힘든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한 걸음씩 걸어가야 한다는 것.

그 한 걸음이 크든 작든, 느리든 빠르든,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시험에 떨어질 수도 있고, 또 아플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경험이 내 삶의 조각이 되어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든다.

지금도 공부는 어렵고, 가끔은 또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안다. 결국 삶은,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 내딛는 것의 연속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책을 다시 펼친다. 조금 무겁더라도, 그 무게를 견디며 다시 한 걸음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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