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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나를 지키는 감정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 앞에서 흔들리던 마음, 그 속에서 나를 보듬는 법

by 감사렌즈

새로운 직장 첫 주, 낯선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심장이 벌렁거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긴장이 목덜미를 타고 흐르고, 다리는 무겁고 떨렸다.
사람들의 말투, 표정, 사무실의 냄새, 창문으로 스며드는 습도까지 —
모든 게 예민하게 느껴졌다.

‘왜 이렇게 불안할까?’
버스에 앉아 창밖을 보며 혼잣말을 되뇌었다.

낯선 사람들과 처음 인사하고, 점심시간에 앉을 자리를 고민하고,
실수할까 조심조심 묻고 또 물으며 하루를 보냈다.
대화를 들으면 호응해야 한다는 부담,
모든 걸 잘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마음 한켠을 쥐어짜듯 조여왔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 불안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하루하루 지나며 불안을 종이에 적어보았다.
실수할까 봐 걱정되고, 상담 중 잘못 안내할까 겁나고,
배운 걸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까 초조했다.
3일 차부터는 외워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혼날까 봐, 서툴다고 눈치 줄까 봐, 전산 실수로 피해 줄까 봐 —
작은 생각들이 뭉쳐 커다란 불안이 되었다.

하지만 멈춰 서서 생각해보니,
이 감정은 단지 나를 지키려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신중해지는 건 나쁜 일이 아니었다.
긴장 덕분에 더 꼼꼼히 매뉴얼을 읽게 되었고,
정확한 안내를 위해 공지사항을 찾아보게 되었으며,
고객들의 질문에 대비해 메모를 정리했다.

불안은 어느새 ‘준비’라는 옷을 입고 나를 이끌고 있었다.

예전에도 그랬다.
처음 고객 전화를 받을 때, 떨리고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나며 자연스럽게 적응했고,
이젠 그때의 불안이 없었다면 지금의 익숙함도 없었겠다고 생각한다.

만약 모든 걸 해봤는데도 여전히 힘들다면
그만둘 수도 있다는 여유를 마음에 담아두었다.
그래야 오늘의 나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으니까.

이렇게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불안은 나를 괴롭히는 감정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내 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고맙다, 불안아. 덕분에 오늘도 한 걸음 내디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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