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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하루에 머물다 가는 글

by 감사렌즈


― 스치는 바람처럼, 잠시 머물다 가도 괜찮으니까

회사 일을 마치고 헬스장으로 향하던 저녁,
똑같은 길을 걷고 있었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인데,
왠지 모르게 공허하고 낯설었다.

운동을 마치고 나오는 길.
바람은 그대로인데,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다.
익숙한 풍경이 다르게 보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세상이 달라진 게 아니라,
마음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이지 않는 마음 하나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꾼다.
삶이 무거운 날일수록,
마음의 여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순간이었다.

힘들고 지치는 어느 날,
책 속 한 문장, 누군가의 블로그 한 줄이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을 때가 있다.
무심히 던져진 글이,
낯선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준다.

글에는 그런 힘이 있다.
그 사람을 위해 쓰인 글이 아님에도,
마치 내 이야기처럼 읽히는 순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짧은 공감 하나가 다시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글은 누군가의 하루에
잠시 머물다 가는 바람 같으면 좋겠다.
부담 없이 스치고,
가볍게 남는 문장 하나면 충분하다.

잘 쓰지 않아도 괜찮다.
진심이 담긴 글은
언젠가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다.

지치는 하루 끝,
조금은 허전한 저녁에
조용히 머물다 가는 글 한 줄.

그 바람이
누군가의 오늘을
조금 덜 아프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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