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이런 주제로 쓴 사람이 없길래 쓴 이야기
3년 전, 한 대학교에서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회사에 대한 홍보를 목적으로 봉사활동을 모집했었다.
사실 나는 평소 투철한 봉사정신으로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살고 있던...... 거짓말이고 낮에 하니까 회사를 땡땡이치고(어차피 자율 출퇴근제를 활용하던 것이었으니 시간만 채우면 되는 것이지만 부서 특성상 항상 넘어가니까 이렇게 해면 엄청난 이득!) 갈 수 있어서 지원을 했다. 그런데 하고 보니 내가 속한 직군에서는 경쟁자가 아예 없었는데 다들 바빠 죽겠는데 지원할 시간이 없냐는 게 주변 사람들 이야기였다. 뭐, 이미 부서에서도 이상하다고 소문난 사람인데 이런 것쯤이야. 어찌 됐건 다른 사람과 다르게 경쟁 없이 무혈입성했다.
당시에는 항상 기계와 업체 사람 하고만 대화를 했었지 회사 외부 사람과 대화를 해 본 적이 없어서(고작 중고등학생에게 쫄다니!!) 시작 전까지 무척이나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혹여 너무 많은 사람이 질문을 해서 당황을 하거나, 회사에 기밀을 물어보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뭐, 평소 능수능란한 나의 말솜씨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 굳게 믿으며 달달달 떨고 있었는데 시작 시간이 되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쏟아져 내려왔다. 모든 학생들이 남녀 구분 없이 참 풋풋했다.....(늙었다 나도...) 아, 그런데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내가 맡았던 부스에는 한 명도 오지 않았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30분쯤 지났을까? 학생 한 명이 와서 물었다.
"여긴 무슨 일을 해요?"
"반도체 설비가 고장이 나거나 하면 그에 따른 대처를 하고 설비 불합리를 해결하고......."
"음...... 아저씨 공부 못했죠? 이거 그냥 어디 공돌이들이나 하는 거 아니에요? 이런 건 하지 말아야지"
"......"
이, 솔직히 한 대 때려주고 싶었는데 공부를 잘했냐고 물었을 때는 살짝 당황했다. 내가 몇 등이나 했었지?
과거로 살짝 돌아가 보니 나름 고등학교 때는 반에서 항상 10등 안에는 들었는데(한 반에 50명 넘었다!!ㅠㅠ) 대학교도 그래도 서울 안에 있는 대학교 나왔는데! 대학교 졸업할 때는 학점 4.0도 넘었는데!!(1학년 때 3점 안된 것은 비밀...) 그래도 남한테 자랑할 정도는 안되는구나... 생각했었다.
이후에는 그래도 얼추 몇몇 학생들이 와서 질문을 했었는데 정의를 설명하면 그다음부터는 대부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일단 그냥 기계를 고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고되고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나 스스로도 이것 외에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어떠한 포장을 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근처에 있던 인사, 재무, 마케팅, 연구소, 개발실 등등은 그냥 줄이 끊어지지 않았는데 내가 있는 곳은 정말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왠지 내가 그들의 행사에 억지로 한 명 추가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지원을 하지 않았던 것인가?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고 혼자 멍해진 느낌으로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요 몇 년간 있었던 시간 중에 가장 실망스러웠던 하루였는데 내부적으로 불합리한 것을 대면했을 때 느꼈던 실망감보다 더 큰 실망감이 느껴졌었다.
인터넷으로 '반도체 설비 엔지니어'를 검색을 하면 대부분의 내용이 하나로 귀결된다.
"탈출은 지능순, 사람이 있을 곳이 아니야, 커리어 망"
음..... 뭐 무조건 아니라고 말은 못 하겠다. 그런데 정확히 다 겪어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는 솔직히 좀 의문이 있긴 하다. 어쩌다 보니 10년이 넘게 이 일을 하고 있고 정말 여러 가지의 상황들이 있었는데 적어도 이 업무가 잘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이 분명히 갈린다고 보며 정확히 어떠한 일을 하는지 내부의 모습을 보게 되면 퇴사율이 좀 줄지 않을까...... 흥미가 있는 사람이 지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냥 내가 생활한 것을 한 번 쭉 적어보기로 했다. 사실 사내에서도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직군이고 퇴사율도 어마어마하게 높은 곳이지만 한편으로는 틈새시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어차피 내가 인사팀도 아니고 회사에 충성을 다 바쳐서 득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뭐 보너스 더 준다고 하면 잠시 애사심도 생기긴 하다만...) 실제로 좋지 않은 것은 안 좋다고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기존에 Tistory에 적을 때 지금 와서 보니까 분위기가 '회사 미워, 미워, 미워' 이런 분위기만 있어서 브런치에서는 좀 더 객관적으로 작성을 해 보려고 한다. 솔직히 장점이 넘쳐났다면 내가 이런 글 안 적어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지원해서 경쟁률이 터져나갔을 꺼고 퇴사율도 높을 리가 없을 테니 있는 그대로 안 좋은 것은 안 좋다고 솔직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예상에는 이 글을 아마도 해당 시장에 취업하려는 준비생들이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그래서 혹 이것이 책으로 나오면 그런 분들께 판매를...... 응?) 최첨단일 듯 하나 전혀 아닌 그 속의 모습을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