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인데 방학 아닌 방학 같은 날
본의 아니게 재택근무가 시작이 되었다.
첫날이라 접속 권한을 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10시 이후에나 접속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내가 하는 업무 상 원격으로 뭔가 될 만한 것은 거의 '없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사람에게 무슨 원격이란 말인가? 물론, 당연히 기분이 가 좋은 것은 사실이다. 보통 회사 출퇴근 시간만 3시간 이상 소비를 하는데 그게 사라지니 정말 하루에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지금까지 이직도 못하고 계속 붙어 있었던 사실이 참 한심스럽기도 하다(하지만 월급의 노예...)
점심은 김밥에 꽈배기를 먹었다.
뭔가 이것저것 해 먹자는 메뉴를 쭉 불러줬는데 내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기도 했고 오늘 밤에 비가 온다고 하니 오늘 아니면 집 앞에 아름다운 냇가(?) 공원(?)을 가 볼 일이 없을 거 같아서이다. 때마침 장소에 칸막이도 있고 하니 정말 작은 폭포를 바라보면서 먹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거기다가 결국 우리 다 먹을 때까지 사람 한 명도 지나가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격리 위반 아니냐고? 거기다가 사람이 안 지나갈걸 어떻게 알고 그렇게 나오냐고?
아이패드로 틀었다...
아이패드로 열심히 틀었어... 그냥 그런 기분이라도 내고 싶었어... 그거라도 안 하면 너무 기분이 안 날 거 같아서... 나름 화면을 계속 바꿔가면서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기분전환이 되겠는가! 그렇지 않은가 아들아? 언제 봐도 물줄기는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든다.
오후에는 나름 날로 먹을 생각으로 재택근무를 진행했다.
아, 진짜 날로 먹고 싶었는데 정말 많은 메신저 창이 떴다. 한 30개쯤... 거기다가 안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던 회의 접속까지 되는 바람에! 제길 어쩔 수 없이 회의 접속을 하게 되었다. 듣고 있는데 온라인은 참 이게 문제인 것 같다. 집중이 잘 안 되는데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온라인 회의에도 적응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이런 상황에서 창업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는데 집중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온라인 회의가 된다면 정말 기가 막힌 사업이 되지 않을까? VR을 활용해서 주변에 뭔가 서로 지켜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면 그런 일이 없어질까?^^;;
재택근무는 진짜 편한 거를 제외하면 불편한 것이 많기는 하다.
차라리 내가 직접 하면 10분이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전화를 몇 번이고 해도 나의 아바타가 내 말을 이해 못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리고 Feedback이 없으니 이걸 제대로 한 건지 아닌지를 꼭 다시 질문을 해야 알 수 있다. 눈에 보이면 대충 그러려니 하는데 안 보이니 여간 답답한 것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왜 부서장들이 재택근무를 하는 인원들을 이상하게 쳐다보는지 알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극복해야 재택근무도 정착이 되긴 하겠지만 말이다.
"여보세요?"
"**이 어때? 괜찮아?"
"엉~ 괜찮아~"
여기저기 가족들 전화가 빗발친다. 둘째 날이 되니 좀 쌩쌩해진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인데 물어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답변을 실시간으로 해야 하는 것이 문제기도 하다. 친척들 중 거의 최초로 걸린 케이스라 다들 신기하기도 걱정되기도 해서 연락을 하고 있는 듯한데, 전화를 받을 때마다 이번에는 뭐라고 답을 해야 하나 걱정을 하면서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그래도 우리 애는 멀쩡해진 거 같아서 만족하고 있다.
제대로 된 재택근무를 처음 해 봐서 너무 좋았던 것도 다소 불편했던 것도 있지만 가끔 하면 좋지 않을까, 우리 부서 말고 다른 부서들은 이미 주별로 이런 것을 하고 있을 텐데 상대적인 박탈감도 같이 드는 하루였다. 2일 더 하고 나면 왠지 그리울 거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직을 하게 되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회사로 꼭 이직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 봤다. 진~!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