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국 물욕의 화신인가
집서 뒹굴뒹굴 5일째.
너무 편하다 못해 꼬박꼬박 낮잠도 자기 시작했다. 사실 이 정도 되면 할 게 없을 거 같기도 하지만 사실 취미생활 자체가 독서기 때문에 아직 쌓여 있는 책이 한가득이다(뭔가 욕심만 있어서 책을 사놓고 제대로 읽어보진 않아서...) 그래서 그런지 사실 지금 이 시간이 그냥 너무 소중한 상황이다. 뒹굴거리면서 책 읽고 애들 잠깐 놀아주다가 밥 먹고 다시 책 읽으면서 뒹굴뒹굴~
아, 생각을 해 보니까 다음 주에 약속이 무려 3개나 있었다.
다 놀고먹는 약속들이지만 그래도 인간적으로 내가 확진이 되었는데 나가서 놀기에는 좀 부담이 되어서 이야기를 해줬다. 개인적인 약속들도 있고 다 같이 모여서 하는 약속들도 있지만 못 나가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기는 하다. 이제 코로나와 관계없이 약속이 막 생기기 시작해서 즐거웠을 시기인데 말이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니까 패턴이 조금씩 다르다.
Case A
"나 코로나 확진돼서 약속이 나가기가 어려울 거 같아, 한 주 정도 연기를 해도 될까?"
"형, 괜찮아요? 난 진짜 아프던데, 형은 증상이 뭐예요?"
Case B
"나 코로나 확진돼서 약속이 나가기가 어려울 거 같아, 한 주 정도 연기를 해도 될까?"
"아, 그래."
Case C
"나 코로나 확진돼서 약속이 나가기가 어려울 거 같아, 한 주 정도 연기를 해도 될까?"
"오, 걸렸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묘하게 다르다.
사실 Case B 같은 경우는 다소 서운하기도 했다. 아니, 아파서 연기를 하겠다는데 뭔가 약속이 깨진 거만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떨떠름하다. 이거 손절 각인가?^^;; 뭐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다. 사람들은 다 자기 상황에서 생각을 하게 되니까. Case C의 경우는 뭐, 대부분 있는 친한 친구들의 반응이다. 물론 뒤에 걱정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전화 상으로 그냥 크게 웃고 시작한다. 안 아프면 됐다고 말이다.
회사 사람들에게는 대부분 메신저로만 통보를 했다.
업무를 같이 하는 사람에게 제일 먼저 알렸지만 당연히 뜨뜻미지근한 반응(누가 봐도 아, 너 때문에 내 일이 늘어났어 망할 놈 분위기)이었고, 부서에서는 뭐 있는 둥 마는 둥이었으니 그리 신경 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선출직으로 하는 업무를 작년부터 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있는 친구들이 치킨도 보내주고 레몬청도 보내주고 하니까 왠지 모르게 너무너무 고맙더라. 징그럽게 하트도 막 그냥 날려주면서 고맙다고 했는데 정말 진심으로 고맙긴 하더라. 당장 내 가족들도 나한테 10원 한 푼 보내지도 않던데 이거 원 가족보다 친구들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해 봤다.
PS: 그래, 사실 뭐 주는 게 당연히 고맙지. 난 물욕의 화신 맞으니까 빨리 지금이라도 보내라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