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느낌은 절대 비껴가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니 내무부장관님께서 목이 따끔거린다 했다.
아, 우리 와이프님도 올게 왔구나. 이제 시작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잽싸게 소아청소년과 예약을 하기 대기 중이었는데 뒤늦게 부스스하게 일어난 첫째도 머리가 아프다고 난리였다. 심지어 열을 재보니 37.1도! 아, 이건 100%다 싶었다.
자가검진키트를 둘째에게 활용했다.
이제는 쓰면서도 돈이 아깝다. 5천 원씩 팡팡 날리고 있는 상황인데 결국 이걸 하고도 또 병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앉아 있어야 하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지금부터 3일 더 격리가 되기 위해서->사실 주말이 껴서 금요일만 안 가면 되는 거였지만) 회사에서 무조건 신속항원검사의 검증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아프다고 하는 와이프와 아드님을 병원으로 보냈다. 그리고는... 아니나 다를까 아들은 확진, 의외로 와이프는 음성이었다.
회사에 연락을 했다.
아오, 나 3일 전에 신속항원검사했는데 또 하랜다. 추가 발생을 했으니 리셋이 되어서 신속항원검사를 또 하고 검사 결과를 가르쳐줘야 내일 재택근무가 가능하게 해 준다고 한다. 그래 하루와 5천 원을 맞바꾸면 되겠다 싶었다. 다시 예약하고 바로 뛰어가서 검사를 하러 갔다. 자연스레 그 의사를 또 만나고 의사는 왜 며칠 전에 왔는데 또 왔냐며 웃으면서 코를 쑤시기 시작한다. 웃는 사람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은 거짓은 아니었던 것 같다. 상대방은 웃는데 내 눈에서 눈물이 나오는 기이한 현상이 이번 주에만 두 번이 발생되었다. 하아...
"오. 승. 룡님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요새는 다 기계화되어 있어서 저렇게 또박또박 읽어준다. 이거 어차피 회사에서 5천 원 하는 것은 지원되니까 다음부터는 아예 다시 시작할 때는 자가검진키트는 활용을 하지 않고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뚜벅뚜벅 진료실로 들어갔는데...
"오승룡 님 혹시 열이 나거나 아픈 데는 없으세요?"
"네, 전혀요."
"이거 너무 완벽한 양성인데요?"
네??? 내가? 난 증상이 없는데? 왜 양성이지?
심지어 증상이 있는 거 같았던 와이프도 정상인데 내가 양성이라는 게 믿을 수가 없었다.
"잘못 나온 거 아녜요?"
"이거 보세요."
"아......"
진짜 사진이라도 찍어놓고 싶을 정도로 선명해서 당황했다.
진료비를 계산을 하고 나서 가만히 서 있었는데 증상도 없어서 딱히 뭐 약 줄 것도 없다고 한다. 이거 뭐 확진 여부 판단을 위해서 5천 원을 내고 확진 판정만 받고 돌아가는 거 같은데 조금 우습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안 아픈 것을 보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아프다고 하는데 내가 운이 좋게 걸렸음에도 그냥 지나가는 무증상 환자가 아닌가 싶다. 나름의 천운이라고 해야 하나? 이러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골골대고 있으면 어쩌나 생각이 들지만 뭐, 어떤가? 지금 당장 안 아프니 즐겨야지.
PS: 진심 회사 안 가는 것은 꿀맛 같기는 하다.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