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반도체 엔지니어를 알아? (6)

편견, 그리고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제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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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라인에 들어가면 상당히 놀라는 것 중에 하나가 Fab(반도체 라인 공장을 의미) 내 이렇게 많은 설비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최근에는 자동화가 더 많이 이루어져 제조 직군의 여사원들이 라인 내에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내가 입사했던 당시만 하더라도 각 Bay 별로(설비와 설비 사이에 사람이 이동할 수 있는 긴 통로가 있는데 이곳을 Bay라고 한다. Bay 사이에는 이동 통로들이 있고 PC가 줄줄이 있는데 각 PC마다 담당 Bay의 제조 여사원들이 있었다. (노란색 PC라고 되어 있는 위치에 한 명씩 배치되어 있었다, 지금은 그냥 PC만 있고 사람은 없다)


보통 공장이라고 하면 현대자동차의 부품 조립하는 공장과 같이 사람이 하나씩 부품을 조립해야 하는 곳을 연상을 하게 되는데 애초에 반도체의 경우 사람의 '손이 닿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서 실제로 반도체 웨이퍼가 파손되지 않는 이상은 특별히 만질 일도 없고 공정 자체도 전부 자동화되어 있기 때문에 조립을 한다던가 하는 일은 없다. 내가 맡고 있는 설비 엔지니어의 경우 정확히는 설비의 유지/보수/개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지 생산에 직접적인 참여를 하는 사람은 아니다. 반대로 이런 생산에 깊숙이 관련된 사람은 사실 제조 쪽이다.


어느 제조업 회사들은 다 동일한 형태일 텐데 바로 '제조' 직군의 힘이 가장 강력하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생산이 되지 못하면 팔 물건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최대 생산, Capa up' 노래를 부르면서 매 해 생산량을 계속 늘려만 간다. 희한하게 장사가 잘 안돼도 절대 생산량을 감소시키자는 말을 제조 쪽에서 먼저 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은데, 생산이 줄어들면 본인들의 자리가 위험(?)해져서 그런가 생각해 보기도 했다. 어찌 됐건 설비가 멈추거나 사전 점검을 하기 위해서 우리 설비 쪽 담당 엔지니어와 제조 쪽에 소위 Operator라고 불리는 제조 여사원과의 신경전이 업무에 1/3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문제가 되었었다.




사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 서로 하는 업무가 물과 기름과 같이 절대 합쳐져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로는 항상 설비 쪽에서 사전에 점검을 해서 고장이 나지 않는다면 제조의 생산량에도 큰 이득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정말 매 해 하고 있는데 지금 당장 눈 앞의 Loss 문제와 더불어 4조 3교대를 택하고 있는 라인 상황에 비춰보았을 때 항상 손해를 보는 조가 생기기 때문에 쉽게 설비를 내어주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럴 경우 항상 서로가 싸움이 발생을 하게 되는데 기본적으로 뭘 해도 지는 것은 우리 쪽이다. 우리는 말 그대로 생산에는 '그다지 도움되지 않는' 부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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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편견'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긴다고 했는데 조금 자세히 설명을 해 보자면 보통 제조직 여사원의 경우(여사원이라고 계속해서 이상한 느낌이 있을 거 같은데 실제로 라인 내에 들어오는 제조직 인원은 여사원뿐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오는 친구들이 100%이다. 우리 쪽은 약간 콜라보이기도 하지만 고졸도 많고 전문대 졸도 많은 상태에서 내가 입사를 했으니 그 친구들의 행동이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특히 편견이 심하게 생긴 것은 업무 탓일지도 모르지만 전혀 이해하지 않는 말투와 '왜 내가 손해를 보아야 하는가?'라는 이야기를 너무 자연스럽게 하고 있던 점이었다.


과연 제조직 여사원만 그랬을까?


아니었다. 우리 친구들 중에서도 특히 고등학교 졸업하고 온 친구들이 정말 그런 형태의 말을 많이 하였다. 물론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그러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정말 새롭게 본 '밑바닥' 이라고나 할까? 서로 싸움닭이 되어서 싸우고 화를 내야 상대방의 의견을 조금이나 '들어줄 생각이라도 하는' 그런 모습을 보게 되었다. 업무 중 이렇게 여사원들과 싸움을 잘하는 사람을 오히려 칭찬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온 친구들이 많아서 내가 더 편견에 빠져 있었던지도 모르겠다. 대졸로만 이루어져 있는 공정 엔지니어들은 그런 업무가 아니어서 그런지 뭔가 밑바닥을 드러내고 싸우는 경우가 많아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이것도 지나고 나니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그 외에도 내가 편견을 가졌던 항목들은...

너무도 많았던 동거 문화(이건 최근에는 자연스럽게 정착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 보통 지방에서 올라와서 타지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외로움'이라는 점에 굉장히 노출이 됨, 여자 기숙사가 있는데 이곳의 경우 통금 시간이 존재를 하게 되어 그것이 귀찮은 나머지 방을 얻어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남자 친구가 있다면 동거를 하는 경우가 꽤 있음. 생각해 보면 그게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와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은 하는데 당시에는 내가 너무 색안경을 끼고 봐서 이상하게 보였던 것 같기도 함)

대졸 사원에 대한 차별(사실 이건 어느 조직에서나 있을 법한 일인데 차별도 하는 사람만 하고 안 하는 사람은 절대 하지 않더라, 결론적으로 이것도 사람 by 사람)

너무나 당연했던 야근 문화와 설비가 고장 났다고 아무도 퇴근을 하지 않는 모습(이건 솔직히 아직도 이해가 안감...... 필요한 사람만 남아서 하던지 돌아가면서 하던지 솔직히 많이 답답하다)

등이 편견 대상이었다. 써 놓고 보니 별 거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데 당시에는 머릿속 깊이 편견에 휩싸여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나 역시 그 분위기에 맞춰서 변화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것은 편견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조직 문화'에 대한 문제라고 결론을 지었다.


그러면 다음에는 조직 문화의 변화에 대해서 한 번 알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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