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반도체 엔지니어를 알아? (5)

입사 시에도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큰 문제 , 학력문제


지금은 직급이라는 부분이 합쳐져서 모르는 인원도 있지만 과거에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직급이 나눠져 있었다.


G1 - 사원, 시급직, 고졸로 입사 시 부여

G2 - 사원, 시급직, 전문대졸로 입사 시 부여

G3 - 사원, 월급직, 대졸로 입사 시 부여, 석사 시 3년 차로 입사

G4 - 대리, 월급직

G5 - 과장, 월급직

G6 - 차장, 월급직

G7 - 부장, 월급직


더 위로 가면 임원이라 별도로 표기되기 때문에 적지는 않았고 박사 졸업의 경우 어느 대학을 나왔냐에 따라서 위치가 정해지기 때문에 제외했다. 이렇듯 직급이 이루어지는데 과연 어디가 제일 치열할 것이라고 생각이 되는가?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의 경우에도 물론 치열하지만(대리의 경우 당시에는 그냥 점수만 되면 진급이라서 솔직히 못한 사람이 바보였다) 가장 치열한 부분은 G2->G3로 넘어가는 곳이었다.


시급직에서 월급직으로 넘어가는 구간에 걸쳐있는 사람이 너무 많기도 하고 매번 인사고과와 영어성적 등등으로 컷을 하기 때문에 매 해마다 합격선이 달라지는데 마치 공무원 시험 같은 느낌으로 매번 임하는 분위기다.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한데 각 팀의 장들도 진급 여부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에 고과를 밀어준다던가 아니면 다른 사람을 위해 나의 고과를 뺏어간다던가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특히 최근 들어오는 신입사원들에게 이러한 불합리에 대해서 설명을 하면 굉장한 반발이 일어나기 때문에 퇴사를 하는 경우도 꽤나 존재한다. 그런데 이건 뭐 이 회사에서만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다...... 생각은 한다(불합리를 이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느 회사든 일어난다는 의미다, 난 이런 거 싫다)




실제로는 이런 문제가 아니고 부서의 문제인 듯하다. 설비 엔지니어 직군의 경우 과거에는 고졸 중심으로 입사를 하다가 2000년도 초중반에는 전문대졸을 그리고 2000년 후반부터는 대졸도 합류를 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절대 융합되기 어려운 부류를 말하자면 정치적 성향이 반대이거나 종교적 성향이 서로 반대로 강한 사람, 그리고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나 신경이 굉장히 많이 쓰이는 사람들과의 화합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다. 이곳은 그중 세 번째라고 볼 수 있는데 다들 아닌 듯 아닌 듯해도 벌써 10년 이상을 문제라고 지적하는 부서들이 많이 있어서 현재까지도 융합이 되기 힘든 상황으로 유지되고 있다. 나의 예를 들어보자면...


당시 부서장님께서는 직급이라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하셨던 분이다. 이미 내가 부서에 왔을 때 직급으로만 밑이 40명 가까이 있었는데 내가 후배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대하는 태도들이 굉장히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부서 전체가 형, 동생으로 말을 하는데 내가 중간에 덩그러니 들어와서 분위기가 애매한 느낌이었는데 직급이라는 것에 위력에 대해서 크게 느꼈던 일이 있었다.


부서 배치 후 개인 PC를 분출받아서 왔었는데 당시 사람이 너무 많아서 PC를 놓을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채로 있었다. 아무도 신경 써 주지 않는 상태에서 부서장께서 한 번 쓰윽 살펴보더니 당시 나보다 직급이 아래였던 선배를 불러서 컴퓨터를 반납(?) 하라는 지시를 하고 나를 그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처음에 장난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진짜 PC를 반납하고 내 자리가 생겼다. 불과 20분 만에 일어났던 일인데, 어차피 저 사람들은 교대근무만 하니까 1대의 PC로 3명이서 사용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당황스럽고 민망했다. 그만큼 회사는 직급이라는 것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다음 처음으로 반도체 라인이라는 곳에 들어갔다. 교육받을 때 어떤 곳이라는 곳만 배웠고 제대로 들어가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들어가는 절차도 복잡했고 마스크를 쓰고 계속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솔직히 좀 별로였다(이제와 느끼는 건데 그 덕에 코로나의 마스크를 쉽게 견디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들어가서 처음 보는 선배들의 얼굴은 정말 적응이 안되었다. 지금 코로나로 인해 다들 밖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데 내가 원래 알고 있던 얼굴이 아닌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의 얼굴 모습은 서로 좀 달라 보인다. 그래서 선배가 나를 먼저 아는 척해도 내가 전혀 모르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매우 이상하게 여기는 분들도 꽤 있던 것 같다. 나 역시 선배가 되고 보니 그런 마음이 생겼던 적도 있었는데 항상 ‘이렇게 오면 처음에는 못 알아보는 게 정상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희한한 건 조금만 적응되면 방진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의 걸음걸이만 봐도

‘앗! 쟨 누구다!’

라고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역시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


라인에 들어가서 선배들을 만나보고 어떤 업무를 하는지를 파악하는 동안 여러 선배들을 만났는데 많은 분들이 말을 편하게 하라는 말을 해도 별로 그렇게 하는 사람이 없었고(일단 내가 너무 덩치가 커서 그랬나) 어떤 분은

“전 잘 모르는 사람과 편하게 대화하지 않습니다,”

라는 말을 하곤 했다. 몇 년 지나고 술자리에서 알게 된 이야기이지만 대졸 사원으로 내가 처음 와서 경계심도 생겼고 뭔가 아니꼬운(?) 느낌도 들었다고 한다. 나중에야 다 추억이지만 당시에는 매일매일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었다.

‘내가 처음 와서 적응을 못하는 걸까?’

‘내가 직급이 더 높아서 어색해서 그러는 걸까?’

‘내가 그냥 싫어서 그러는 걸까?’

수많은 생각이 교차되는 그런 시절이었다. 업무는 어차피 배우면 되지만 사람 관계는 처음에 정립이 안되면 나중에 정립하기가 어렵고 출근했을 때 반갑게 인사할만한 사람이 있어야 내가 회사를 다닐 맛이 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굴러온 돌이기 때문에 처음에 겪어야 하지만 나중에 들어온 후배에게는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그 어색함이 한동안 힘들게 했고 다른 부서로 갔던 내 동기들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퇴사한 동기도 있으니 참 이럴 때 선생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누구나 시작은 이렇게 한다고 하지만 사실 소제목에도 적어놨듯 학벌이 서로 다른 사람들(같은 대졸끼리의 학벌이 아닌 졸업자와 비졸업자 간의 관계에 있어서...)이 모여 있을 때 신입으로 온 나와 같은 경우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된다. 또한 부서장의 입장에서도 애매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동안 자신과 같이 지낸 가족 같은 사람들 편만 들자고 하니 윗 직급을 들어와 버린 사람들에게 모질게 해야 하고 반대로 직급만 신경 쓰자고 하니 몇 년 이상 보아온 후배를 새로운 신입사원 밑으로 일을 시켜야 하는 상황에 오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당시 내가 왔을 때도 그런 문제로 각 부서장들끼리 다른 데로 보내야 한다는 의견(공정)이 많이 있었는데 기존까지는 그렇게 대졸들만 모여있던 공정으로 사람을 보냈지만 그때부터(하필! 왜! ㅋㅋㅋ) 설비 엔지니어 직군에 대졸 사원을 녹여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외 상황이 될 순 없었다. 그때 노력해서 갔어야 했나 싶.....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반복되는 학벌에 대한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까지 상위 직급의 간부들은 고졸 출신들이 많이 있고 현재는 대졸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서로가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신입사원으로 들어갈 때는 일단 모두 선배라고 생각하고 배우려고 하는 것이 맞고

업무가 파악이 되고 나의 직급에서 맞는 행동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업무가 익숙해지면 그때는 지시를 하는 게 맞다. 처음부터 직급으로 나서서 찍어 누르거나 그저 후배라고 선배를 대우해줘야 한다고만 하면 아무런 발전이 없게 된다는 의미이다.

제조업의 경우 Co-work이라기보다는 각자 개인이 서로 다른 업무를 해야 능률이 생기는 경우가 많이 있어(특히 해당 직군) 서로 업무를 분배하고 때로는 지시를 하고 그 지시에 대한 확인을 해야 한다(이건 신입사원도 마찬가지이다) 초반의 인간관계에는 시간과 감정적 소모가 다소 크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그런 부분이 많이 완화가 되는데 그때부터는 정말 업무에 집중을 해야 한다. 딱 2년 정도면 이후에는 더 이상 배운다기보다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업무 습관이 생기게 된다.(아닌 사람도 있긴 하더라) 그러니 2년만 심도 있게 배워보자.

다음화에는 내가 가졌던 편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보고 불만을 갖었던 부분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뿌리 깊은 학벌이라는 문제나 직급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편견이라는 것에 휩싸였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간략히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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